한국판 버핏세<소득세 최고 구간 신설> 올해는 무산될 듯

'한국판 버핏세'라고 불리며 정치권에서 추진되던 소득세 최고 구간 신설이 당장 이번 국회에서는 실현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각 당이 총선 공약으로 채택하는 등의 방식으로 '부자 증세(增稅)' 방안은 내년에도 계속 추진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26일 열리는 조세소위에서 소득세 최고 구간 신설 및 세율 인상 방안이 무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 관계자는 "세금을 올리는 일을 너무 성급하게 추진해선 안 된다"며 "좀 더 진지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데 많은 의원이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원래 정부 입장은 증세에 반대하는 것이었다"며 "26일 소위에서 이런 입장을 충분히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과 정부가 이미 합의를 마쳤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양쪽 모두 공식적으로는 "26일 회의에서 결정될 것"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현재 소득세 부과 체계는 각종 공제 항목을 제하고 남은 과표 연봉을 기준으로 ▲연소득 1200만원 이하는 세율 6% ▲1200만원 초과~4600만원 이하는 15% ▲4600만원 초과~8800만원 이하는 24% ▲8800만원 초과는 35% 소득세율을 적용한다. 이런 소득세 체계는 15년 전 만들어졌다.

그런데 지난 15년 사이 억대 연봉자가 크게 늘면서 부자들의 실질 세 부담이 매우 낮아졌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정치권에서는 1억~1억5000만원 이상에 과표 구간을 하나 더 만들어 억대 연봉자에게는 소득세율을 40% 이상 적용하자는 내용의 증세 방안을 추진해 왔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이 이미 법안을 제출했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에서도 비슷한 아이디어가 나오면서 이번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돼 왔다.

하지만 세계적 재정 위기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증세는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기획재정부가 강하게 반대하는 데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도 당장 증세를 하는 데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 기류가 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부자 증세안'은 내년에도 계속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각 당이 총선 공약으로 내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의원 대다수가 부자 증세가 필요하다는 데 동감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