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가 세운 서울 지하철·청계고가 계획

1928년 조선철도회사(朝鐵)는 경성역에서 동경성(청량리)역까지 지하철도 부설을 출원했다. 조철은 이미 청량리역에서 충주를 거쳐 대구에 이르는 중앙선 부설을 출원한 터였다. 조철은 "장래 경성역과 지하철로 연락을 요구할 때가 반드시 올 것이기 때문에, 중앙선을 청량리에 그쳐서는 아니 되고, 경성역까지 지하철 부설을 출원하게 됐다"고 밝혔다.(1928년 11월 7일자)

'땅속으로 다니는 두더지 전차'인 지하철은(1934년 6월 24일자), 조철이 출원한 지 9년 만에 구체적 모습을 드러냈다. 1937년부터 시행된 경성부의 25년 장기 도시계획에서, '인구 100만을 목표로 하고, 경성부 주위에 농경지를 두고 녹화지대로 하며, 부에서 10㎞가량 떨어진 곳에 전원도시를 설치해 집중하는 인구와 팽창하는 부민을 분산 수용'하기 위해, '경성을 중심으로 방사형 도로를 닦고, 각 전원도시들은 환상선(環狀線) 도로로 연결'키로 했다.(1937년 2월 6일자) 아울러 이 계획에 맞춰 철도국은 경성역과 중앙선을 지하철도로 연락하는 방안을 강구키로 한 것.(1937년 2월 7일자)

특히 경성부는 그해 중일전쟁이 발발하자 경성을 '방공(防空)' 도시로 만들기 위해, 예산 2억6000만원을 들여 피난도로 설치와 함께 지하철을 놓는 계획을 발표했고(1938년 6월 15일자), 이듬해엔 '해마다 3만여명씩 늘어나는 현재의 템포로는 경성이 인구 백만의 대도시가 되는 것은 십년 안팎'이기 때문에, '도심 인구를 교외로, 교외 인구를 도심지대로 집중할 수 있는' 환상선 고속도 철도 계획을 재확인했다. 이 계획 속에도 경성역에서 종로를 거쳐 동대문, 청량리까지는 지하철을 설치하고, 또 청계천 위에 고가도로를 설치하는 안이 들어있었다.(1939년 2월 16일자)

이어 석 달 뒤 발표한 '경인(京仁)일체와 교통혁명' 계획에선 "동경성역으로부터 경성역까지 지하철도를 새로 깔아, 이것을 순환선으로 하여 전기열차를 운전하도록 하고… 일방으로 부평공장 지대의 뒤편 김포군 평리 압 한강으로부터 황해도에 이르는 김포운하를 파게 할 계획도 세우고 잇는데… 이를 실현시키는 날에는 약 1천톤되는 큰 배도 공장지대로 들어와 물화를 운반할 수 있게 될 터"라고 밝혔다.(1939년 5월 26일자)

1939년 7월 10일에는 경성부에서 '지하철 계획 기술자회의'를 개최, '청량리역에서 동대문 종로 네거리 아래를 뚫고 경성역에 이르는 안'과 '동대문에서 청계천 아래를 지나 경성역에 이르는 안' 등이 검토됐으나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고, 다만 '지하철 건설을 서두르자'는 데는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1939년 7월 11일자)

'인구 분산'과 '방공 차원'에서 급물살을 타던 경성의 지하철 계획은 그러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철재와 세멘트 등 모든 재료가 모자라서 극도로 제한 통제를 하고 잇스므로' 좌절됐다.(1939년 10월 11일자) 지하철 계획은 1960년대 들어 재검토되기 시작해, 1974년 8월 15일 1호선 청량리~서울역 7.8㎞ 구간이 개통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