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성, '복합문화유산' 명소로 만든다

서울의 남쪽에는 남한산성, 북쪽에는 북한산성이 있다. 경기도 광주·하남·성남에 걸쳐 있는 남한산성은 병자호란 당시 임금이 피란했던 역사의 현장으로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1971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되고 꾸준히 정비가 이루어져 수도권 주민들이 즐겨 찾는 문화관광지가 됐다. 그러나 고양시에 자리 잡은 북한산성은 남한산성만큼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북한산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을 만큼 역사문화보다는 자연공원의 측면이 더 부각됐다. 그런데 경기도·고양시·경기문화재단이 북한산성을 자연과 역사·인문환경이 조화된 수도권 서북부의 복합문화유산 명소로 만들겠다고 나섰다.

◇북한산성의 숨은 가치

북한산성은 성곽의 둘레가 약 12.7㎞에 이른다. 성벽의 일부 구간은 서울시와 경기도의 경계를 이루고, 성곽의 안쪽은 모두 고양시 땅이다. 이 일대는 예로부터 군사적 요충지여서 비봉에는 신라 진흥왕의 순수비가 남아 있다. 또 고려시대에는 현종이 피신하기도 했다. 지금의 성곽은 조선시대인 1711년(숙종 37년) 기존의 토성을 석성으로 고치면서 새로 쌓은 것이 원형이다.

북한산성은 '산 속에 마련된 도성'으로 성문 14개, 연못 26개, 우물 99개, 문수봉 남장대, 노적봉 북장대, 대동문 동장대 등 전투 지휘본부격인 장대도 3곳을 갖추고 있었다. 지금도 남아 있는 대동문·대남문·대서문 등의 이름도 한양의 대문과 같은 글자를 붙여 유사시 북한산성이 임시수도가 될 수 있었음을 알려주고 있다. 그러나 북한산성은 등산 명소로 널리 알려져 왔다. 특히 북한산 주요 봉우리와 이어지는 성벽은 등산로로 활용되고 복원사업도 꾸준히 이루어졌다. 반면 성벽 안 곳곳에 자리 잡은 문화재의 역사적 가치는 주목을 받지 못했다. 임금이 임시로 머무르는 행궁(行宮)도 있었으나 일제강점기에 의병을 소탕하는 과정이나 수해의 영향으로 건물은 사라지고 터만 남았다.

◇'북한산성 추진팀' 구성

고양시 문화예술과 심준용 학예연구사는 "북한산성은 지금까지 전체 측량조사가 한 번도 없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등산로가 발달해 유적지는 상대적으로 찬밥 신세가 됐고, '김신조 사건 ' 등을 계기로 통행로가 폐쇄됐기 때문이다. 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고 고양시와 서울시로 관리권이 분리되면서 상대적으로 관심이나 예산 배정이 부족했던 탓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기도·고양시·경기문화재단은 최근 고양시 문예회관에 '북한산성 추진팀' 사무실을 열었다. 김성태 경기문화재연구원 조사연구실장을 팀장으로, 3개 기관에서 파견된 5명이 참여한다. 고양시가 북한산성의 문화재 관리를 맡았으나 관리 주체 간의 협력체계 구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화재에 대한 발굴과 조사연구를 바탕으로 문화 콘텐츠를 개발해 남한산성과 같은 역사문화 명소로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남한산성보다 좋은 자연환경도 갖추고 있다.

김성태 팀장은 "추진팀의 역할을 나눠 경기문화재연구원은 연구조사를 맡고, 경기도와 고양시는 행정 지원과 정비 사업 등을 수행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미 고양시는 올해 한얼문화재연구원에 의뢰해 본격 발굴에 앞서 행궁터에 대한 시굴조사를 했다. 전체 권역을 확인했으며 앞으로 4차에 걸쳐 발굴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또 국립공원관리공단·문화재청·산림청·서울시 등과 협의체를 구성해 북한산성 전체 문화재의 체계적인 보존·정비·활용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