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세상] 빨간 냄비의 '뜨거운 기적' 이 불황에… 사상 최대 모금
입력 : 2011.12.27 03:04
47억 모금 '아름다운 미션' 완료, 구세군 박만희 사령관
"
시장아줌마, 서민들… 도움받을 처지 같은데 그 사람들이 냄비에 돈 넣죠
1억1000만원 수표 넣은 얼굴 없는 천사 고마워, 어느 90대 노부부는2억 들고 찾아 왔어요"
경기도 안양 전철역 앞 자선냄비에 50대 신사가 찾아와 100만원짜리 수표 10장이 든 봉투를 넣었다. 벌써 8년째다. 동대문에 설치된 자선냄비에서는 1000원권부터 5만원권까지 한 은행 봉투에 담긴 돈뭉치 8개가 나왔다. 모두 1100여만원이었다. 올해도 많은 이들이 자신을 감추고 구세군 자선냄비에 정성을 넣었다.
불경기로 사회 전체가 얼어붙은 겨울이지만, 올해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액은 목표액 45억원을 훌쩍 넘겨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47억원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작년 42억원) 26일 서울 충정로 구세군빌딩에서 '냄비 대장' 한국구세군 박만희(63) 사령관을 만났다.
―구세군 자선냄비가 올해 모금 목표액을 넘었다.
"조금 전에 보고받은 바로는 24일 자정까지 모금액이 46억7000만원이다. 내년 1월 31일까지는 기업 후원을 더 받을 예정이어서, 47억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한다. 구세군은 통상 한사람이 1000원을 기부하는 것으로 계산한다. 올해는 500만명은 참여하신 것 같다."
―올해도 자선냄비는 많은 얘깃거리를 낳았다.
"12월 4일 서울 명동 우리은행 앞에서 나온 1억1000만원짜리 수표가 일등공신이었다. 이 '얼굴 없는 천사' 얘기가 널리 알려지면서 많은 분이 구세군 자선냄비를 찾아 작은 나눔을 실천했다. 그 얘기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것이 옅어질 무렵, 또 90대 노부부가 직접 2억원을 들고 찾아오셨다. 냄비에 넣는 손은 모두 아름답다. 모금하는 입장에서 더욱 감동적인 모습은 아장아장 걷는 두세 살 아이 손에 만원짜리 한 장을 쥐여 자선냄비에 넣게 해준 뒤 기쁘고 행복해하는 부모들의 모습이다. 그런 모습이 제일 오래 인상에 남는다. 작은 나눔의 불꽃이 꺼지지 않고 퍼져갈 수 있도록 많은 분이 도와주셨다."
불경기로 사회 전체가 얼어붙은 겨울이지만, 올해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액은 목표액 45억원을 훌쩍 넘겨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47억원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작년 42억원) 26일 서울 충정로 구세군빌딩에서 '냄비 대장' 한국구세군 박만희(63) 사령관을 만났다.
―구세군 자선냄비가 올해 모금 목표액을 넘었다.
"조금 전에 보고받은 바로는 24일 자정까지 모금액이 46억7000만원이다. 내년 1월 31일까지는 기업 후원을 더 받을 예정이어서, 47억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한다. 구세군은 통상 한사람이 1000원을 기부하는 것으로 계산한다. 올해는 500만명은 참여하신 것 같다."
―올해도 자선냄비는 많은 얘깃거리를 낳았다.
"12월 4일 서울 명동 우리은행 앞에서 나온 1억1000만원짜리 수표가 일등공신이었다. 이 '얼굴 없는 천사' 얘기가 널리 알려지면서 많은 분이 구세군 자선냄비를 찾아 작은 나눔을 실천했다. 그 얘기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것이 옅어질 무렵, 또 90대 노부부가 직접 2억원을 들고 찾아오셨다. 냄비에 넣는 손은 모두 아름답다. 모금하는 입장에서 더욱 감동적인 모습은 아장아장 걷는 두세 살 아이 손에 만원짜리 한 장을 쥐여 자선냄비에 넣게 해준 뒤 기쁘고 행복해하는 부모들의 모습이다. 그런 모습이 제일 오래 인상에 남는다. 작은 나눔의 불꽃이 꺼지지 않고 퍼져갈 수 있도록 많은 분이 도와주셨다."
―그런데 왜 기부자의 이름을 밝히지 않는가.
"자기앞수표로 기부하신 분들, 은행을 통해 확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굳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익명을 원하는 후원자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는 것이다. 또 액수를 떠나서, 앞으로도 익명을 원하는 분들이 구세군을 믿고 자선냄비를 찾으시도록 길을 열어 드리는 의미도 있다."
―38년간 구세군 사관 생활을 하시면서 겪고 들은 감동적 사연들도 많겠다.
"20여년 전만 해도 양동이 광주리 이고 다니며 장사하던 아주머니들이 앞치마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1000원짜리 몇 장을 꺼내서 자선냄비에 넣어주고 가셨다. 진짜 가슴이 벅찼다. 우리 도움을 받아야 될 분인데, 그렇게 추위에 고생하고 길에서 장사하는 아주머니가…. 생각해 보면 기적 같은 얘기다."
―일제강점기, 6·25 때 등 어려울 때마다 구세군의 역할이 컸다.
"5~6년 전 영국에 사시는 교포 한 분이 구세군 본부에 들른 적이 있다. 6·25 때 구세군 급식소에서 '꿀꿀이죽'을 얻어먹었다고, 그걸 잊을 수가 없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8000만원짜리 수표 한 장을 써 주고 가시더라. 그렇게 어려운 시절 도움을 받았던 고마움을 갖고 찾아오시는 분들이 여전히 있다고 생각된다. 어찌 보면 고급 승용차 타고 다니는 분들은 자선냄비에 돈을 넣을 수 없다. 서민들, 청소년들, 배고픔이 뭔지 아는 분들, 자식 등록금 때문에 애태우며 그 간절했던 마음을 아는 그런 분들이 자선냄비를 그냥 지나치시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의미가 깊다."
―자선냄비, 어떻게 생각하면 디지털 시대에 매우 아날로그적인 십시일반(十匙一飯) 방식이다.
"올해도 전국 300여곳 자선냄비를 운영했다. 사실 수백억, 수천억을 모으는 NGO 단체들 모금에 비하면 사십몇억이라는 구세군 모금 액수는 아주 적다. 하지만 구세군은 자선냄비 83년 역사를 통해 모든 국민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의식을 느끼도록 도왔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구세군 빨간 자선냄비와 종소리는 이웃을 돕고 사랑을 실천하자는 메시지를 전하는 메신저였다."
―자선냄비는 25일 0시를 기해 올해 모금을 마감했다. 국민들에게 한마디 하신다면.
"사는 일 바쁘고 힘들었지만, 이 해가 다 가기 전에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이 주위에 있는가 돌아볼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올해 자선냄비 모금에 참여해주신 500만 국민께도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다. 여러분 모두, 어려운 이웃의 천사가 되신 것을 축하합니다."
"자기앞수표로 기부하신 분들, 은행을 통해 확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굳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익명을 원하는 후원자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는 것이다. 또 액수를 떠나서, 앞으로도 익명을 원하는 분들이 구세군을 믿고 자선냄비를 찾으시도록 길을 열어 드리는 의미도 있다."
―38년간 구세군 사관 생활을 하시면서 겪고 들은 감동적 사연들도 많겠다.
"20여년 전만 해도 양동이 광주리 이고 다니며 장사하던 아주머니들이 앞치마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1000원짜리 몇 장을 꺼내서 자선냄비에 넣어주고 가셨다. 진짜 가슴이 벅찼다. 우리 도움을 받아야 될 분인데, 그렇게 추위에 고생하고 길에서 장사하는 아주머니가…. 생각해 보면 기적 같은 얘기다."
―일제강점기, 6·25 때 등 어려울 때마다 구세군의 역할이 컸다.
"5~6년 전 영국에 사시는 교포 한 분이 구세군 본부에 들른 적이 있다. 6·25 때 구세군 급식소에서 '꿀꿀이죽'을 얻어먹었다고, 그걸 잊을 수가 없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8000만원짜리 수표 한 장을 써 주고 가시더라. 그렇게 어려운 시절 도움을 받았던 고마움을 갖고 찾아오시는 분들이 여전히 있다고 생각된다. 어찌 보면 고급 승용차 타고 다니는 분들은 자선냄비에 돈을 넣을 수 없다. 서민들, 청소년들, 배고픔이 뭔지 아는 분들, 자식 등록금 때문에 애태우며 그 간절했던 마음을 아는 그런 분들이 자선냄비를 그냥 지나치시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의미가 깊다."
―자선냄비, 어떻게 생각하면 디지털 시대에 매우 아날로그적인 십시일반(十匙一飯) 방식이다.
"올해도 전국 300여곳 자선냄비를 운영했다. 사실 수백억, 수천억을 모으는 NGO 단체들 모금에 비하면 사십몇억이라는 구세군 모금 액수는 아주 적다. 하지만 구세군은 자선냄비 83년 역사를 통해 모든 국민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의식을 느끼도록 도왔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구세군 빨간 자선냄비와 종소리는 이웃을 돕고 사랑을 실천하자는 메시지를 전하는 메신저였다."
―자선냄비는 25일 0시를 기해 올해 모금을 마감했다. 국민들에게 한마디 하신다면.
"사는 일 바쁘고 힘들었지만, 이 해가 다 가기 전에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이 주위에 있는가 돌아볼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올해 자선냄비 모금에 참여해주신 500만 국민께도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다. 여러분 모두, 어려운 이웃의 천사가 되신 것을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