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인 700만명에게 신용카드 발급을 제한하는 강수(强手)를 둔 이유는 계속 불어나는 가계부채 문제를 연착륙시키기 위해서다.
무분별하게 발급된 신용카드가 가계빚을 키우고 신용불량자를 양산한다는 게 금융 당국의 판단이다. 현재 경제활동인구 1인당 신용카드가 4.9장에 이르고, 민간 소비지출 중에서 신용카드 결제 비중이 61%에 달한다.
특히 저(低)신용자들이 연 10~ 20%대의 고금리로 카드론 대출을 받거나 여러 장의 신용카드로 '돌려막기'를 하고 있어 연쇄적인 가계 부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카드업계에서는 "이번 대책으로 카드를 재발급 받지 못하는 저신용자의 상당수가 대부업체나 저축은행의 고금리 대출 상품으로 옮겨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서태종 금융위원회 서민금융정책관은 "소득과 재산 등을 감안해 결제 능력이 충분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엔 7등급 이하라도 예외적으로 카드 발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7등급 이하 저신용자 중 이런 요건에 해당돼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 것으로 카드업계는 보고 있다.
미성년자(만 18~19세)의 경우 지금까지는 부모 동의가 있으면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가족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써야 한다. 전업 주부의 경우 배우자 소득을 반영해 카드 발급을 결정하기로 했다.
신용카드에 대해 억제책을 쓰는 동시에 금융 당국은 체크카드 사용은 적극 권장하기로 했다.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는 "자신의 예금 한도 내에서만 쓸 수 있는 체크카드를 주로 쓰는 선진국과 달리 한국은 신용카드 중심으로 카드 문화가 정착돼 빚을 무서워하지 않는 부작용을 낳았다"고 말했다.
2009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신용카드와 체크카드의 사용 비중이 91대9인 반면, 독일은 정반대로 7대93이며, 미국은 58대42이다.
금융 당국은 체크카드 이용액에 대한 소득공제율(내년 30%)을 더 높이는 등의 각종 유인책을 통해 2016년까지 체크카드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금융 당국은 최근 논란이 된 가맹점 수수료율도 체계를 대대적으로 수술하기로 했다. 업종에 따라 같은 수수료율을 적용하던 관행을 없애고, 같은 업종이라도 개별 가맹점의 현실에 맞춰 수수료율을 부과한다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수수료율 체계를 바꾸더라도 연매출 2억원 미만인 중소 가맹점에 1.8% 이하의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원칙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금융위는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