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인사이드] 수술도구 파편이 뇌에 박혔는데 못찾아 그대로 봉합해버린 의사

턱 수술을 하던 중 수술도구가 부러져 환자의 뇌 조직에 박혀버렸지만 그대로 봉합해버린 의사가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김우현)는 26일 수술 도구 파편을 빼내지 않고 봉합해 환자에게 뇌 손상을 입힌 혐의(업무상 과실치상)로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치과의사 김모(46)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 3월 피해자 박모(여·70)씨는 턱관절이 움직이지 않자 이 병원 구강악 안면외과를 찾았다. 진단 결과, 박씨는 턱뼈 끝의 뭉툭한 부분인 '과두'에 염증이 생겼고, 이로 인해 턱관절 조직이 붙어 입이 벌어지지 않는 '악관절 강직증'을 앓고 있었다.

이 질환을 치료하려면 전신마취를 하고 입 안을 절개해 과두를 꺼낸 뒤 매끈하게 다듬어 다시 끼워넣는 고난도의 수술이 필요했다. 박씨는 3월 23일 오후 안면외과 과장인 김씨 집도를 받기로 하고 수술대에 몸을 뉘었다.

검찰에 따르면 사고는 수술 초반에 발생했다. 김씨가 박씨의 오른쪽 과두를 분리하려고 금속 재질의 프리어(freer)를 턱 사이에 넣고 지렛대처럼 힘을 주다 그만 부러뜨리고 만 것이다. 얇은 주걱처럼 생긴 파편은 3㎝ 크기로 뇌 부위에 박혀버린 것으로 드러났다.

의사 김씨는 검찰 조사에서 "조각이 위험하지 않은 부위에 박혀 나중에 빼내도 괜찮을 줄 알았다"며 "일단 나머지 왼쪽 턱 수술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후 김씨는 환자의 오른쪽 턱을 압박하며 지혈했고, 파편은 더 깊숙이 들어가버리고 말았다.

결국 김씨는 휴대용 엑스레이 장비로 두 차례 촬영을 했지만 조각을 찾지 못했다. 환자가 고령인데다 수술이 5시간 가까이 길어지자 김씨는 상처 부위를 봉합하고 수술을 끝냈다.

검찰 관계자는 "밤늦은 시각이라 김씨가 신경외과 의사에게 도움을 청하지 못했다"며 "이후 박씨는 뇌출혈·뇌부종을 앓았고 2번에 걸쳐 뇌를 잘라내고 파편을 빼내는 수술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사고로 뇌 손상을 입은 박씨는 현재 말을 하지 못하고, 다가오는 사람을 눈짓으로 알아보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유명병원 전문의는 "턱 부위는 중요한 신경이 많이 지나가고 뇌가 가까이 있어서 무리하게 제거할 수가 없다"며 "프리어는 웬만해서는 부러지지 않는데 어떻게 부러졌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현재 김씨는 크게 뉘우치고 있으며 환자의 가족에게도 사죄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