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짧은 역주행' 알고보니 심심찮게 발생

지난 11일 오후 서울지하철 7호선 전동차가 승객 항의에 못 이겨 하계역에서 중계역으로 '역(逆)주행'하는 보기 드문 일이 벌어졌다. 뒤 차가 없어 사고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아찔한 순간이었다. 그런데 이런 '역주행'이 심심치 않게 서울지하철 곳곳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하철 역주행 많다

서울도시철도공사(지하철 5~8호선 운영)가 지난달 서울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10년 3월 23일 오전 7시 42분쯤 지하철 5호선 군자역으로 들어가던 전동차가 멈춰야 하는 자리를 5m가량 지나 서는 바람에 슬며시 후진했다. 이 차량은 이어 다음 역인 장한평역에서도 승객들이 서 있는 자리를 40m나 지나 멈추는 바람에 황급히 후진했다.

도시철도공사는 이를 공식용어로 '역주행'이 아닌 '진과정차(進過停車)'로 분류하고 있다. '멈춰야 하는데 너무 많이 나갔다'는 뜻으로 차량 꼬리가 완전히 역 밖으로 갔다가 되돌아오는 '역주행'과는 다르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7월 15일에도 지하철 5호선 왕십리역에서 이처럼 차량이 설 곳을 지나쳤다가 되돌아오는 사고가 있었다.

서울메트로 운영 구간(지하철 1~4호선)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지난 3월15일 오후 8시 10분쯤 2호선 봉천역에서 신도림 방향으로 가던 차량이 신림역을 지나쳤고, 갑자기 안내방송도 없이 후진해 다시 신림역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승객들이 중심을 잃고 넘어지는 소동이 벌어졌다. 지난해 9월 14일에는 1호선 열차가 석계역을 떠나 신이문역으로 가던 중 신이문역을 지나치는 바람에 중간에 뒤로 퇴행(退行) 운전을 해 돌아갔다.

하지만 지하철 운영기관은 사고 실태 공개를 꺼리고 있다. 도시철도공사 노조는 "진과정차로 인한 퇴행 운전 등 수동 운전 관련 사고 건수를 사측에서 은폐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사측이 수동운전 강요해 발생"

그나마 이 같은 '역주행'은 비교적 드물지만, 아무 안내 없이 역을 지나쳐버리는 '무정차 통과'도 적지 않다.

스크린도어나 출입문이 열리지 않아 승객들이 타지 못했는데 출발해버리는 '출입문 미취급' 사고도 자주 일어난다. 서울지하철에서 최근 5년간 기기·설비 고장을 제외하고 부주의·실수로 발생한 인재(人災)성 사고(무정차·역주행·출입문 미취급 등)는 공식적인 것만 46건에 달한다. 2007년 3건이던 것이 올해 16건으로 5배 이상 늘었고, 지난해 9건과 비교해도 2배가량 많다.

지난 1월 8일 오전 11시 41분쯤 지하철 8호선 강동구청역을 떠나 천호역으로 가던 전동차가 천호역을 지나쳤다. 당시 천호역에 내리려 했던 승객들은 어쩔 수 없이 다음 역에 내려 다시 반대편 승강장으로 건너가 갈아타야 하는 불편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도시철도공사가 사과·안내방송을 하지 않아 승객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6월 3일 밤 11시 1분쯤 지하철 7호선 남성역에서 이수역으로 가던 차량도 이수역을 지나쳐 내방역까지 직행해버렸다.

김휴생 도시철도공사 지도조사팀장은 "하루 기관사들이 한 번 운행을 나가면 평균 5만~6만회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데 이 과정에서 가끔 사고가 일어난다"고 말했다. 반면 도시철도공사 노조는 "사측에서 에너지 절약을 목적으로 수동운전을 강요하고 있어 이 같은 일이 되풀이된다"며 '자동운전'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