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햅쌀' 표현 때문에 수갑까지 채워졌습니다"
입력 : 2011.12.28 03:14
정미소 대표의 기막힌 사연
현수막에 '햅쌀' 표현하다 농산물품질관리원서 단속… 수갑까지 채워 연행조사
노현수씨에 따르면 올 3월 말 부친이 아들에게 도움이 될까 해서 정미소에서 6㎞ 정도 떨어진 아들의 집앞에 '100% 햅쌀'이라는 문구가 들어간 현수막을 내걸었다. 그러다 몇달이 지난 9월 초 품질관리원 소속 직원 2명이 정미소를 찾았다.
"이 현수막의 '햅쌀'이라는 표현이 양곡관리법 위반이므로 문제가 있다. 벌금형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양곡관리법상 생산연도·품질 등에 대해 소비자를 기만하거나 오인·혼동시킬 우려가 있는 표시 또는 광고라는 것이었다.
노현수씨는 "그러면 햅쌀이 무슨 뜻이냐? 정확한 정의와 사전적 의미를 들려달라, 처벌의 근거가 무엇이냐?"고 했다. 이에 대해 품질관리원 직원들은 "그런 건 우리도 모른다"고 했다고 한다. 이런 소동이 있은 10분후 이 사실을 전해 들은 노현수씨의 부친은 '햅'이란 글자 위에 페인트를 덧칠해 지웠다. 다음 날 다른 직원 3명이 찾아와 "햅쌀이란 표현이 거짓·과대·과장 광고이므로 벌금 1000만원까지 부과될 것"이라고 전하고는 돌아갔다.
한창이 지난 9월 20일 재차 품질관리원 직원 3명이 정미소를 찾아왔다. 그러고는 노현수씨와 부친 노주태씨를 오후 3시까지 붙잡아 두고는 "나중에 조사 받으러 오라고 통보할테니 그때 품질관리원으로 오라"고 전했다. 노현수씨 등 두 사람은 "이왕 왔으니 조서를 꾸며서 가라"고 했지만 불발됐다.
특히 이날은 노주태씨의 아들이자 노현수씨의 형이 사망한 지 49일 되는 날. 그래서 절에서 49재를 지내려 친척들까지 불렀다고 한다. 이런 취지를 설명하고 "나중에 다시 오면 안 되겠느냐"고 사정했지만 오후 늦게까지 붙잡혀 있는 바람에 두 부자는 끝내 49재에 참석하지 못했다.
이렇게 감정이 격앙돼 있던 사이 품질관리원은 노현수씨에게 3차례에 걸쳐 출석요구서를 보냈으나 노씨는 그때마다 수취거부를 했고, 품질관리원은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 24일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노씨를 체포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에서 노현수씨 부자가 화가 난 이유는 '햅쌀'의 정의를 두고 벌어진 일 때문이다.
"'햅쌀'이라는 표현이 문제가 된다면 우리는 당연히 벌금을 내야 하고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품질관리원은 '햅쌀'의 정의가 무엇이냐는 몇 번의 질의에 그때마다 '우리도 잘 모른다'는 답뿐이었다. 그나마 한번은 국어사전을 복사해서 보여줬을 따름이다. 며칠전에서야 유권해석이 담긴 자료를 건네받았다. 이렇게 공무를 집행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 또 "햅쌀의 정의를 몰라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품질관리원이 당연히 이를 홍보해야 하지 않느냐"고도 했다. 이에 대해 농산물품질관리원 경북지원은 달리 말하고 있다. 장영국 경북지원장은 "노현수씨가 우리 직원들이 햅쌀에 대한 정의나 유권해석을 전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공무원이 단속 업무를 하면서 그렇게 할리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장영국 지원장은 "9월 20일에 가서는 유권해석을 담은 서류까지 보여줬는데 그쪽에서 수령을 거부했다고 들었다"며 "노현수씨가 죄가 있다는 것이 아니고 양곡관리법을 위반했는지의 여부는 추후 진행될 재판에서 가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햅쌀'은 양곡관리법의 관련 법령에 별도로 규정돼 있지 않지만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유권해석에 따르면 '햅쌀'은 원료벼가 생산된 해당연도의 12월 31일까지 도정돼 판매되는 제품이다. 정상대로라면 양곡관리법 위반 사실을 통보하고 벌금을 물리는 등의 조치를 취하면 아무런 잡음없이 끝났을 사건이 감정싸움으로까지 격앙돼 있는 상황이다.
한편 노주태씨는 품질관리원에 '전쟁'을 선포했다.
"내년도에 판매되는 쌀에 '햅쌀'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 눈에 띄면 전부 고발하겠다. 품질관리원이 어떻게 대처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