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수급 주체 연기금, 투자 성적도 좋았다

유럽 재정위기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높여졌음에도 수출주들이 선방한 이유는 '수급(需給·수요와 공급)'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이전과 달리 주로 주식을 팔고 사는 세력이 '외국인'에서 '연기금'으로 역전됐다. 지난해에는 외국인이 18조원을 순매수하는 동안 연기금은 8조원 순매수하는 데 그쳤다. 2009년에도 외국인이 30조원가량 순매수하는 동안 연기금은 8조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올해는 연기금이 12조원 이상 순매수했고 외국인들은 8조원을 순매도하면서 수급 주체가 바뀐 것이다.

실제 연기금들은 운수장비와 전기전자 업종 각각 2조6592억원, 2조1399억원을 순매수했다. 매수 종목도 올해 주도주였던 삼성전자와 현대모비스, 기아차, 현대차 등을 사들였다. 삼성전자는 1조5667억원 순매수했으며, 현대모비스도 6786억원 사들였다. 기아차와 현대차도 각각 5586억원, 5040억원을 순매수했다. 반면 외국인이 순매수한 종목들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 외국인은 하이닉스 1조4009억원, KB금융 1조1271억원을 순매수했으나 이들 주식은 각 12%와 38% 하락했다.

◇증권ㆍ은행업 유럽 한파 직격탄

올해 가장 저조한 성적을 보인 업종은 증권업과 은행업종이었다. 증권업과 은행업은 같은 기간 각각 45.1%, 32.7%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증권업종은 증시 하락으로 인한 거래량 감소와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제가 잇따르면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은행업종 역시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인해 금융산업 전반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저조한 성적을 냈다. 연기금의 순매도 상위 업종 중에서도 외환은행과 대우증권, 기업은행 미래에셋증권 등 증권과 은행업종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상반기 급등세를 보였던 화학업종은 외국인의 매도 공세로 상승세가 꺾이며 5.7% 하락했다. 외국인들은 올해 OCI, LG화학, 한화케미칼 등 화학업종 기업들의 주식을 4조5746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올 증시는 방어주와 '연기금주'의 시대다.

올 들어 코스피지수는 약 10% 하락했다. 그러나 이 중에서도 상승한 업종은 있다. 음식료업종과 의류ㆍ섬유업종은 올해 각각 22.5%, 10% 상승했다. 하반기 들어서 유럽재정 위기 여파에다 중국마저 경기가 후퇴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경기방어적 성격을 지닌 업종이 두각을 보인 것.

대형주 중에서는 연기금이 많이 사들인 업종들이 비교적 덜 나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외국인들이 세계 경기둔화 우려로 국내 증시에서 연초 이후 8조원 이상 팔아치우면서 증시 최대 매수 주체로 연기금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경기방어 부각, 내수주 웃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음식료업종과 의류ㆍ섬유업종 상승세에 대해 세계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경기방어적 성격이 부각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우영무 HMC투자증권 센터장은 "8월 이후 증시가 급락하면서 음식료와 의류업종에 자문사들의 매수세가 몰렸고, 경기방어적인 성격도 부각되면서 상승세를 보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음식료주의 경우 하반기 곡물가격 하락으로 원가절감 효과를 보고 있으며, 의류주의 경우 매출이 집중되는 계절적 특성 때문에 주가가 많이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외국인들의 수급에 영향을 덜 받는 중·소형주가 많아 최근 외국인들의 매도공세에도 잘 버텨냈다.

◇연기금이 고른 업종 두각

운수장비와 전기전자업종은 연초 이후 각각 2.1%, 4% 하락해 코스피지수보다는 나은 성적을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