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안전자산 맞나?… 석달새 16% 하락

안전자산으로 각광받던 금값이 바닥을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추락하고 있다. 27일(현지시각)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현물의 온스당 가격은 전날보다 13.8달러(0.9%) 떨어진 1593.2달러로 마감하며 1주일 만에 다시 1600달러 선 아래로 떨어졌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과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최고의 투자처로 여겨지던 분위기와는 영 딴판이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후인 9월 초 금값은 한때 1900달러 선까지 올랐다가 이후 현재까지 300달러 이상 하락하며 고점 대비 16%, 이달 들어서만 8.7% 떨어졌다. 최고 34%까지 치솟았던 연간 수익률도 12%대로 낮아졌다.

"조만간 금값 2000달러 시대가 온다"던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전망이 무색할 지경이다. 특히 중국 정부가 사상 최대인 85.7톤의 금을 매입했다는 소식이 최근 알려진 이후에도 금값 하락세가 이어지는 것도 '적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달러 강세·차익실현 등 복합적 요인 작용

최근 금 가격 하락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겹쳤다. 우선 주식·채권 등 다른 투자처에 비하면 여전히 금값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팔아서 이익을 실현하려는 욕구가 높다.

특히 현금확보가 시급한 유럽계 은행이나 헤지펀드 등 큰손들이 다른 투자처에서 입은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금을 내다 팔고 있다. 또 유로존 위기가 지속되고 금 가격의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현금이 최고"라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세계 최대의 금 수요국인 인도의 수요 감소도 금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도는 세계 장신구용 금 수요에서 3분의 1을 차지한다. 그런데 최근 인도의 경제사정이 나빠지고 금값이 너무 오른 여파로 11월 인도의 금 수요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이 때문에 내년 상반기까지 금값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경제전문지 가트먼레터 편집장이자 상품시장 전문가인 데니스 가트먼은 "금의 상승장이 일단 끝났으며 금값이 온스당 1450~1500달러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과 같은 대형 악재가 닥칠 경우에는 금값이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국제 금값은 고점 대비 34%가량 떨어졌다.

◇"폭락은 일시적, 재상승 가능성 커"

하지만 요즘의 폭락장은 일시적인 흐름에 그치고 장기적으로는 금값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더 우세하다. 불안한 글로벌 경제상황과 미국과 유럽의 통화 팽창 등을 감안할 때 인플레이션을 회피하고 자산 가치를 보전하는 수단으로서 금만한 투자처가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호주 자원·에너지경제국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미국과 유럽의 저금리, 신흥국의 수요 증가 등으로 금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내년도 금값 전망을 올해보다 17% 상승한 온스당 1850달러로 제시했다.

골드만삭스 잭 다발리아 수석 금 트레이더는 최근 고객들에게 보낸 소식지에서 "거시경제 불안으로 중앙은행 등의 금 매입이 증가하면서 금 시장에서 기관투자자의 영향력이 더 커질 것"이라며 "금 가격이 내년에도 상승세를 이어가는 것은 물론, 새로운 고가를 경신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