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대수 공연 코러스로 선 알코올중독 아내

"장막을 걷어라. 너의 좁은 눈으로 이 세상을 떠 보자. 창문을 열어라. 춤추는 산들바람을 한 번 더 느껴보자~"

지난 22일 부산 KBS홀. 올해 포크·복고 열풍을 몰고 온 '세시봉 친구들'이 '세시봉 친구들 두번째 이야기'라는 타이틀로 콘서트를 열었다. 새 멤버로 가세한 가수 한대수(63)가 가죽 재킷을 입고 장발을 휘날리며 '행복의 나라로'를 열창했다. 그의 뒤에서 남·여 2인조 코러스가 춤을 추고 화음을 넣으며 흥을 돋웠다. 코러스에서 유난히 관객의 눈길을 끈 사람이 있었다. 그는 중년의 서양 여성이었다. 바로 한대수가 1991년 재혼한 러시아인 아내 옥사나(41)였다. 이 부부는 앞서 울산(9~10일), 서울(14~15일)에서도 함께 무대에 올랐다.

한대수가 '부부동반 공연'을 결정한 건 옥사나가 노래를 잘해서가 아니었다. "심한 알코올중독을 앓고 있는 아내의 재활에 도움이 될까 해서" 이런 아이디어를 냈던 것. 7~8년 전부터 시작된 옥사나의 병세는 갈수록 심해져 지금은 누군가 항상 옆에 있으며 돌봐줘야 하는 지경이 됐다고 한다. 공연기획사 측은 "한대수씨가 '아내를 치유할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며 옥사나를 코러스로 세우고 싶다고 해 받아들였다"고 했다.

옥사나는 남편이 노래를 부르는 동안 부지런히 입을 벌려 따라 부르는 듯했지만 정작 공연장 스피커에서 그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기획사 관계자는 "한대수씨가 기술진에게 옥사나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게 마이크를 조율해 달라고 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한대수는 "아내가 나와 함께 무대에 설 때만큼은 공연에 집중하고 매우 즐거워하는 등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그런 아내를 보며 중독증을 치유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희망을 봤다"고도 했다. "기적이라는 단어가 엄연히 있잖습니까? 실제 기적이란 게 있지는 않더라도 있을 수는 있겠구나 하는 희망을 품게 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