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의술 우습게 봐? 오기로 뛰었죠"

"처음에야 물론 비즈니스로 시작했죠. 그런데 너무 힘들다 보니 한국 의료 수준을 반드시 외국인에게 알리겠다는 오기와 애국심 같은 게 생기더군요."

'아름다운나라피부과' 이상준(45) 원장이 외국인 환자 유치 공로로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았다. 2007년에 이어 두 번째다. 이와 함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한국관광공사 사장상 등 의료관광 관련 상을 모두 받았다. '의료관광 그랜드 슬램'인 셈이다.

이 원장의 별명은 '노마드(nomad·유목민) 닥터'다. 한국 의료를 알리고, 환자를 유치할 만한 곳이면 어디든 찾아간다. 최근 2년간만 세계 23개 도시를 100차례 넘게 다녔다. 미국·중국·중동·동남아는 물론 러시아 시베리아의 사하공화국, 바이칼호 서쪽 이르쿠츠크,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도 누볐다. 도쿄·후쿠오카 등에서 열린 일본 여행사 박람회에는 당일치기로 들락거렸다. 중동·중앙아시아는 비행기에서 밤을 새우는 '무박 2일'이나 '2박4일'로 다녔다.

"한국 의료가 어떤 수준인지 아무도 몰랐어요. 설명회를 열었는데, 딱 한 명 온 적도 있어요. 그쪽 정부가 외국 병원이 환자 유치하는 것을 싫어해서 학술세미나인 척하고 연 적도 많아요."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이 원장의 병원은 올해 3000명 넘는 외국인을 봤다. 작년보다 80%나 늘었다. 일본·중국·러시아·미국 등 원어민 진료 도우미도 10명가량 일한다.

그가 해외 환자에게 관심 갖기 시작한 것은 10년 전 명동에서 피부과를 개업했을 때다. "명동 쇼핑가에 일본 여성이 많은 것을 보고 이들을 유치하면 되겠다 싶었죠. 일본어 코디네이터를 채용하고 간판과 안내문에 일본어를 넣었는데, 아무도 오지 않는 거예요. 한국 의료 수준을 인정하지 않은 거죠." 이 원장은 안내 책자를 들고 일본으로 가 여행사를 돌았다. "처음에는 만나주지도 않았어요. 약속하고 가도 외판원 취급받기 일쑤였죠. 여행에 의료를 접목하면 관광 비즈니스가 망한다는 거예요."

하지만 어렵사리 유치한 일본인들 사이에서 한국 미용 의료가 소문 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막걸리 원료를 이용한 '막걸리 메디컬 스킨 케어', 달팽이 추출물을 사용한 '달팽이 보습' 등이 특히 인기를 끌었다. 아사히TV, 오사카TV 등 일본 신문과 방송들이 찾아와 취재하는 일이 잦아졌다. 그는 "한번 우리나라 미용 의료를 접한 외국인들은 재방문율이 일반 관광객보다 훨씬 높다"며 "한류와 K-pop 열풍을 의료 관광에 체계적으로 연결하면, 해외 환자가 폭발적으로 늘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