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페달 밟는 '자탄풍'

든든한 기획사도, 탁월한 예능감도, 화려한 비주얼도 없이 '좋은 노래' 하나만으로 가요계에서 '확' 뜨는 게 가능할까.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을 부른 3인조 포크 그룹 '자전거 탄 풍경(자탄풍)'은 그런 일이 불가능하진 않다는 것을 잘 보여준 예다. 2001년 발표된 서정성 짙은 이 사랑 노래는 2003년 영화 '클래식'과, 전지현이 나온 디지털 카메라 광고에 연달아 배경음악으로 쓰이며 국민적 인기곡이 됐다.

'자탄풍'이 돌아왔다. 2004년 멤버 간 음악적 견해차로 갈라선 지 7년 만이다. 강인봉(45)·김형섭(43)·송봉주(44) 등 멤버들은 지난달부터 방송사 음악 프로 등에 출연하며 '워밍업'을 한 뒤 28~3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동물원과 여는 합동 콘서트 '자전거 타고 동물원 가자'로 본격 귀환을 알린다. 최근 서울 광화문에서 세 사람을 만났다.

맏형 강인봉은 "오랜만에 초등학교 동창회 하는 느낌"이라며 재결성 소감을 밝혔다. "10년 만나도 어제 만난 것 같고, 나이 지긋한 사람들도 애들처럼 들뜨잖아요. 사실 처음엔 약간 서먹했어요. 그런데 금세예요. 예전처럼 서로 욕도 하고 그래요."(웃음)

멤버들의 말을 빌리자면 헤어져있던 7년은 '어색한 시절'이었다. 2002년부터 노래가 뜨면서 방송 일정이 많아졌고 일본 진출까지 하게 돼 스케줄은 빡빡해지고 지친 멤버들끼리 얼굴 붉히는 일이 잦아졌다. 결국 2004년 송봉주가 독립하면서 '자탄풍'은 해체되고 7년 동안 '나무자전거(강인봉·김형섭)'와 송봉주의 솔로 프로젝트 '풍경'으로 따로 활동했다. 이 '분열' 때문에 한동안 '나무자전거'와 '풍경'이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을 각자 부르는 희한한 광경도 펼쳐졌다.

자탄풍 분열에는 각자의 음악 내공도 배경이 됐다. 강인봉은 '작은별 가족'에서 활동했고, 송봉주는 '여행스케치', 김형섭은 '해바라기' 출신. 각자가 포크계의 실력파였고 자존심도 그만큼 셌던 것. 김형섭은 "서로 음악적 욕심이 있는데 오해를 풀 기회는 많지 않다보니 감정이 쌓여갔다"며 "그때그때 풀지 못한 게 돌아보면 아쉽다"고 했다.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의 작사·작곡자인 송봉주는 "혼자 노래 부르면서 형섭이의 코러스와 인봉이의 편곡이 정말 절절하게 그리웠다"고 했다.

재결성 계기는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올해 4월 방송사 음악 프로에 출연한 강인봉이 무대에서 떨어지면서 다리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은 것. 소식을 들은 송봉주가 황급히 병문안을 왔고, 병실에서 오랜만에 만난 세 사람이 바로 '다시 뭉치자'며 손가락을 걸었다. "어휴. 축하 메시지가 쏟아졌어요. 방송사 PD들이 정말 좋아하셨고, 안치환 선배는 직접 전화까지 주셨다니까요."(송봉주) "욕도 많이 먹었어요. 그렇게 뭉칠 걸 왜 헤어졌느냐고. 하하."(김형섭)

내년에 본격적으로 새 앨범 작업에 들어갈 세 사람에게선 자신감과 비장함이 모두 엿보였다. "통기타 세대의 막차라고 생각했는데, 운 좋게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어요.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이 포크음악계의 마지막 히트곡이 되지 않도록 앞으로 좋은 노래 많이 만들어야죠. 통기타 음악의 힘은 충분히 확인했으니까요."(강인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