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명 장애인과 하나된 따뜻한 겨울 하루

29일 낮 경남 거제시 장승포동의 중증 장애인 보호시설인 애광원 강당. 주황색 옷을 입은 남성 중창단 '보헤미안 싱어즈' 12명이 크리스마리 트리와 풍선으로 장식된 반원형 무대에 오르자 '거주인' 100여명이 환호로 맞았다. 몇 분 전 애광원 소개 동영상이 방영될 때 웃고 떠들거나 몸을 앞뒤로 젖히는 등 산만했던 분위기와는 딴판이다.

피아노에 맞춘 동요 '하늘나라 동화'에 이어 귀에 익은 '초록빛 바다'를 율동과 함께 부르자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흥에 겨워 10명가량 무대로 올라갔고, 휠체어에 탄 황재성(28)씨는 지휘자 흉내를 내 박수를 받았다.

캐럴 '징글벨' '창 밖을 보라' '오 거룩한 밤'에 이어 단원들이 'sing sing sing'을 율동과 함께 부르자 임현자(39)씨가 무대로 가 최홍렬(45) 단원의 손을 맞잡고 춤을 췄다. 분위기는 'Oh Happy Day'를 부를 때 절정에 달했다. '청중'이 하나둘 일어나 춤췄고, 노래가 끝나자 선 채로 손뼉 치며 '브라보'를 외쳤다. 마지막 곡 '오빠 생각'을 함께 부른 청중은 노래가 끝나자 준비한 사탕 목걸이를 단원들에게 걸어주었다. 3급 장애인 박종연(23)씨는 "노래도 잘하고 아주 재미있었다"며 "또 오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거제 대우조선해양 남상태 사장의 부인 최종애(56)씨가 무대에 올라 '이별의 노래'를 독창하기도 했다. 최씨 등 경영진 부인 4명은 냉·온풍기와 과자 등을 가져와 애광원에 선물했다.

애광원에는 영아부터 40대에 이르는 중증 지적 장애인 220여명이 산다. 김임순(86) 원장이 1952년 전쟁통에 버려진 고아들을 돌보기 위해 설립했고, 1978년 지적 장애인 보호시설로 전환됐다.

'보헤미안 싱어즈'(단장 강도연)는 소외층에게 즐거움을 주자며 2007년 결성됐다. 전원이 이탈리아 베르디국립음악원이나 영국 왕립음악원 등에서 공부한 성악가이고, 서울대·연세대·중앙대 등에 출강한다. 올해에만 100회가량 국내·외 공연을 가졌다. 주 2회꼴이다. 애광원에는 "좀 더 따뜻한 일로 한 해를 마무리하자"고 뜻을 모아 찾아왔다.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중앙대 신동호(56) 교수는 "공연장 분위기가 아주 산만할까 봐 염려했는데 함께 춤도 추며 정말 신나게 어울리는 예상 밖 호응에 감동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