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2 신년특집] "은퇴는 하고싶은 일 하는 시간" 71%… "은퇴 후 계획 세워 본 적 없다" 31%

한경혜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 교수는 "은퇴·노년 생활은 다른 나라로 이민 가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그곳에선 어떤 말과 돈을 쓰는지,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 다른 나라로 이민 갈 때처럼 꼼꼼히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본지와 삼성생명 은퇴연구소는 지난 12월 13~19일 전문조사기관인 닐슨컴퍼니코리아에 의뢰해 40~50대 은퇴예비군 500명의 은퇴관을 전화로 설문조사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 포인트다.

은퇴가 코앞으로 다가온 40~50대는 은퇴 후 생활을 어떻게 그리고 있을까. 본지가 전국 40~50대 남녀 500명에게 물어본 결과 의외로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이미지(복수응답)를 물었더니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71.5%)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충분한 휴식의 시간'(52.3%),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시간'(39.9%)이라는 응답도 상당수였다. '노화·질병으로 힘든 시간'(14.2%), '두렵고 할 일이 없는 시간'(12.1%)이 될 거라는 응답자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다.

은퇴 기간을 그냥 집에서 뭉개겠다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주된 직장에서 퇴직하면 일을 하지 않겠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7%에 불과했다. 나머지 93%는 은퇴 후에도 어떤 형태로든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 일을 하려는 이유는 자아실현·보람이 51%로 가장 많고, 재미(23.2%), 돈(16.2%)의 순이었다. 하지만 은퇴 후 40년을 밝게 그리는 데 비해 은퇴 준비는 충분하지 않았다. '은퇴 후를 생각해 본 적은 있지만 계획을 세워 본 적은 없다'(31.6%)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은퇴 후에 대해 아예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응답도 20%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