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2 신년특집] 유럽 위기 언젠간 해결… 주식 투자 비중 서서히 늘리고

2012년 임진년은 용이 물을 만나 승천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하지만 새해 재테크시장은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2년 넘게 끌어온 유럽 부채 위기는 공포와 안도를 반복하며 절정으로 치닫고 있고, 미국은 저성장과 고실업의 늪에 빠져 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세계 경제 성장의 엔진 역할을 해온 중국도 힘이 부치는 모양새다. 김정일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지정학적 리스크마저 높아졌다. 웬만한 투자로는 물가상승률 이상 수익률을 올리기 힘들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고수익을 얻으려면 어디로 눈을 돌려야 할까. 국내 은행계에서 눈 밝은 전문가로 추천받은 PB(프라이빗뱅커·고액 자산가의 자산 관리를 도와주는 투자 전문가) 20명으로부터 그 답을 들어봤다.

①한국 주식, 저가(低價) 메리트 부각

전문가 20명으로부터 유망 투자상품을 3개씩 추천받은 결과 국내 주식(펀드 포함)이 총 14표를 얻어 채권(10표), ELS(6표), 금·원자재(각 3표)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하나은행 서압구정골드클럽 한용음 PB센터장은 "유럽문제가 해결되면 국내 주식의 저평가 메리트가 부각되면서 주가가 큰 폭으로 뛸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주식시장이 상저하고(上低下高)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연초부터 조금씩 주식 투자비중을 늘려가는 전략을 쓰라고 조언했다. 씨티은행 청담중앙지점 오인아 팀장은 "올 상반기 중 경기선행지수가 저점을 찍은 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질 것"이라면서 2분기 이후 주식을 분할 매수해 4분기쯤 이익을 실현하라고 권했다.

국내 주식과 관련한 많은 상품 중 공모주 펀드를 콕 집은 전문가도 2명 있었다. SC제일은행 압구정PB센터 박종화 부장은 "작년 공모주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연 10%대로 다른 주식형 펀드보다 월등했다"며 "새해에도 공모주 물량 70여개가 대기하고 있어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도 꾸준한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②고위험·고수익 채권

유럽 재정 위기 등 금융 불안을 촉발할 대형 악재가 도사리고 있는 만큼 주식보다 투자 위험이 덜한 채권(펀드 포함) 투자가 10표 추천을 받았다. 그런데 전문가들이 꼽은 유망 채권 투자 대상은 주식보다는 덜 위험하지만 채권상품 중에선 위험도가 높은 하이일드채권(투기 등급 채권에 투자하는 고수익·고위험 채권)이나 신흥시장 채권이었다.

선진국 채권은 수익률이 너무 낮은 만큼 채권 투자로 수익을 기대하려면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하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는 얘기다. KB국민은행 서초PB센터 김미경 팀장은 "경기가 회복되면 고위험 투자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서 하이일드채권 가격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채권형 상품 중에서는 정기예금보다 금리가 높은 산금채(산업금융채권)나 국내 은행이 해외에서 발행하는 후순위 채권에 관심을 가지라는 조언도 있었다.

③주가 하락해도 수익 내는 ELS

주가가 어느 선까지 떨어져도 수익을 낼 수 있는 ELS(주가연계증권) 또는 ELD(주가 연계예금)도 6표로 높은 지지를 받았다. 특히 주가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원금 보장형 ELS, 그중에서도 매달 현금을 손에 쥘 수 있는 월지급식 상품이 전문가들 사이에 인기를 끌었다. 하나은행 압구정골드클럽 송승영 PB팀장은 "유럽 위기가 해결되지 않아 상반기 내내 주가 등락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지만, ELS는 주가지수가 일정 선 아래로 내려가지 않으면 연 10% 정도의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다"며 월지급형 ELS를 추천 상품 중 첫손에 꼽았다.

④금·외화상품·원자재에도 관심을

안전자산의 지존(至尊)인 정기예금, 선진국의 통화 팽창에 대비한 금(金), 달러화나 위안화 강세에 승부를 거는 외화 상품, 경기 회복과 인플레이션에 베팅하는 원자재 등도 각각 3표씩 얻었다. 농협 강남PB센터 이지연 팀장은 "금융시장이 불안하고 금리 하락이 예상되는 만큼 올 초반에는 안전자산인 예금에 돈을 묻어두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IBK기업은행 반포자이PB센터 허현수 팀장은 "글로벌 경제 회복에 따른 원자재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며 원자재 투자를 유망하게 꼽았다. 씨티은행 방배남지점 이강봉 팀장은 "금융 불안이 지속되면 달러 강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고, 금융시장이 안정돼 달러 가치가 하락해도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주가 상승을 통해 환손실을 만회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면서 선진국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를 추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