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바느질 간격 재며 한땀 한땀… 가방 하나도 200개 공정 거쳐

프랑스 파리에서 남동쪽으로 650㎞ 정도 떨어진 론·알프스 초입의 막사(Marsaz) 지방. 마을 입구에서 자동차로 10여분 정도 달리자 언덕 위에 5520㎡(1670평) 크기의 대형 돔 지붕이 모습을 드러냈다. 프랑스 브랜드 루이비통이 지난해 초 새롭게 선보인 공방(Workshop)이다. 태양광 발전을 이용한 탄소 제로 친환경 건물이다. 루이비통은 현재 프랑스·스페인·미국에 17개 공방을 보유하고 있는데, 공방마다 200~300명의 직원들이 제품을 생산해내고 있다.

◇기계보다 더 정확한 인간의 손

공방 안으로 들어서자 1820㎡(550평) 규모 작업장에서 220여명 직원들이 책상 하나씩을 차지하고 작업에 한창이었다. 독일산 뒤르콥 아들러(D?jrkopp Adler) 재봉틀과 페라리 가죽 시트에 사용하는 세라필(Serafil) 실이 눈에 띄었다. 대형 레이저 기계들이 한쪽 라인을 채우고 있었다.

―모두 손으로 하는 줄 알았는데 재봉틀도 있고, 레이저 재단 기계도 있다.

"원래 모든 일을 사람이 직접 했지만 점차 첨단의 힘을 빌려 불량률을 줄이는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08년 프랑스 최고의 공학회사인 렉트라(Lectra)사와 제휴해 제품 생산에 딱 맞는 기계를 개발했다. 물론 전통 방식을 고수하며 수동으로 재단하고, 광학펜 대신 눈으로 흠을 발견하기도 한다. 두 방식 모두 존중한다."(막사 공장 책임자 월터 지울리오)

―루이비통은 2008년 도요타 분업제를 도입해 이슈가 됐다. 장인정신을 버리고 대량생산을 선택했다는 비판도 있었다.

"10년 넘게 손바느질을 해온 장인들이 대부분 온몸에 통증 장애를 호소했다. 인간을 편하게 해 주는 도구로 기계를 도입한 것뿐이다. 악어가죽 등 특수 가죽의 경우 재봉틀 작업을 허가받은 사람이 전체 4000명 직원 중 단 4명밖에 안 된다. 단 한 번의 실수로 초고가 제품을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루이비통 산업 총괄 디렉터 엠마뉴엘 마티유)

재봉사들은 재봉틀에 가죽을 밀어넣어 자동으로 '드르륵' 박는 게 아니라, 발로 재봉틀을 한 번씩 밟아가며 한 땀 한 땀 박아나갔다. 그 정밀도가 어느 정도인가 하면 바느질 한 땀의 간격이 정확하게 2㎜ 간격이었다.

―분업화면 장인들의 책임감이 줄어드는 게 아닌가.

"정반대다. 자기 담당뿐만 아니라 바로 직전 단계를 재점검하며 불량을 발견한다. 스스로 제조 방식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불량률도 최소화하며 책임감도 높인다. 노조도 없고 이직률 0.02%라는 기록적인 숫자가 나오는 것에는 이런 공동 작업, 공동 책임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분업 총괄책임자인 세바스챤)

◇가방 하나에 보통 200가지 공정

―가방 하나 만드는 데 보통 며칠이 걸리는가.

"특별 제작 트렁크의 경우 1년에 한두 개 정도 완성한다. 가로세로 15㎝ 작은 가방에도 특수 제작된 못이 500개 정도 쓰인다. 보통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경우 전 세계 주문량을 고려해 딱 충족할 정도만 생산한다."(가방생산 총괄 크리스토프 르그랑)

―베르니(반짝이는 가죽), 모노그램(LV로고), 에삐(발수가공된 가죽) 등 히트 상품이 다양하다. 다 제작 방법이 다를 것 같은데.

"물론이다. 디자이너(마크 제이콥스)가 제안하면 그것을 현실화하기 위해 가죽에 실크를 붙이거나 돌로 문질러 광택을 내는 등 다양한 방법을 이용한다. 자체 개발한 식물성 풀을 이용해 가죽을 붙이기도 하고, 부드럽게 하기 위해 어떤 제품은 면사를 덧댄다."(가죽 매니저 에릭)

―재봉틀 같은 기계를 도입한 뒤 제작 시간이 많이 단축됐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보통 가방은 200개의 공정, 여행용 트렁크는 700개의 공정이 필요한 복잡한 과정이다. 히트 상품인 '스피디'의 경우 10명이 종일 매달려야 가방 하나가 나온다. 한 명이 한다면 열흘이 걸리는 작업이다. 재단·바느질 등 각 제작 과정은 최소 6개월 정도 기본 훈련하는데, 주름을 균일하게 잡는 것부터 못을 같은 세기로 균일하게 박는 것도 배운다."(르그랑)

루이비통이 특히 중시하는 분야는 가죽을 선택하는 장인과 제품의 흠결을 보는 일명 '고문기술자'이다. 가죽 매니저는 40년 경력자로 가죽을 만져보기만 해도 젖소인지, 육식용인지, 스트레스 정도는 어떠했는지 구분할 수 있다고 했다. 총괄 점검 장인은 최소 20년 이상을 근무해야 그 직책에 오른다. 지퍼의 흠결을 살펴보기 위해 5000번 이상 지퍼를 열었다 닫았다 하는가 하면, 견고성을 위해 가방에 3~4㎏짜리 돌멩이를 채운 뒤 일주일간 바닥에 내동댕이치는 작업도 한다.

가방 생산 총괄 디렉터인 르그랑은 "사람의 이동을 편리하게 도와주는 가방의 본질을 잘 살리면서, 만드는 사람도 쓰는 사람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 루이비통의 철학"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