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쟁이 39%는 세금 한푼 안내… 과표·稅감면 규정 모두 손질해야

마침표를 찍은 줄 알았더니 '예고편'에 불과했던 걸까.

작년 말 국회에서 소득세법에 '3억원 초과 38%' 최고 세율 구간을 신설한 것이 세제 개편 논의에 불씨를 댕기고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국회가 만든 소득세율 체계의 부작용을 완화하고, 그 문제점을 보완할 방안을 정기국회 입법을 통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세법 개정은 정권 교체기만 되면 단골손님처럼 등장한다. 5년 전에는 '감세(減稅)'가 화두가 됐고, 이번엔 '증세(增稅)'가 화두가 된다는 점만 다를 뿐이다.

◇근로자 10명 중 4명은 세금 '0원'

우리나라 소득세법은 전체 근로소득자의 39%가 세금을 한 푼도 안 낼 만큼 허점이 많다. 2010년(과세 연도 기준) 과세 대상 근로소득자 1517만6782명 가운데 세금을 내지 않은 사람은 593만2358명에 달했다. 월급쟁이의 39%가 세금을 한 푼도 안 낸 셈이다(표 참조). 세제의 근본 원칙이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인데 현행 소득세법은 이 기준에서 보면 낙제점이다.

MB 정부는 2008년 큰 폭으로 소득세법을 개정했지만 소득세법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다. 소득세는 세율뿐 아니라, 세율을 적용하는 기준 금액인 과표와 각종 소득세 감면도 고려해서 결정된다. 현 정부 들어 소득세율은 일부 구간(과표 8800만원 이하)에서 2%포인트 내렸지만, 과표는 전혀 바꾸지 않았다.

"소득이 많은 사람에게 세금을 더 매기자"며 정치권이 최고 세율 구간을 만든 데 대해 전문가들이 "순진한 발상"이라고 평가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한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과표 하나, 세율 하나 높였다고 소득세제 문제가 개선되지는 않는다. 공평 과세를 바란다면 세율은 물론 과표와 각종 소득세 감면 규정까지 바꿔야 원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주식 양도차익 등 재부각 가능성도

소득세법을 손질하는 것 외에도, '부자 증세' 논의와 관련해 도마 위에 오른 것이 주식 양도차익 과세와 미술품 과세다. 주식 양도차익 과세는 일정 규모 이상의 양도차익에 대해서는 대주주가 아닌 소액주주에게도 과세하자는 논의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 측이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최근 박근혜 위원장이 "양도차익 과세는 개인 소액주주 대상이 아니다"라고 해명해 일단 논란이 수그러들었다. 세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리나라도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 사건을 계기로, 편법의 온상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미술품 과세 역시 '부자 증세'의 쟁점이 될 만한 사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