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살 꼬마 프로 "5년 안에 꼭 세계우승"

이 꼬마, 수줍은 듯하면서도 한편으론 꽤 당돌하다. 한 달 후 만 14세가 되는 중학(충암중) 1년생 이동훈 초단. 98년 2월 전북 전주 태생으로 262명 국내 프로 중 최연소 기사인 그는 참신한 새 얼굴을 기다리는 새해 우리 바둑계의 꿈과 희망 아이콘이다. 지난 12월 신인왕전서 준우승하는 등 성장 속도가 벌써 심상치 않다. 청소년 맹장들이 득실대는 신인 무대 결승에 입단 7개월짜리 '어린이'가 올라갔다는 것 자체가 사건이었다.

―준우승한 날 기뻤을까, 슬펐을까.

"두 판 다 내가 유리했거든요. 그날 밤 집에서 TV를 보며 분을 식혔는데도 잠이 잘 안 와서 혼났어요. 그래도 끝까지 울지는 않았어요."

―데뷔 첫해(2011년 5~12월) 15승8패를 기록했던데, 가장 자랑스러웠던 판을 꼽는다면?

"조훈현 아저씨한테 이긴 바둑이요. 올해는 랭킹 10위권 이내 강자들하고도 많이 두고 많이 이길 거예요."

―프로생활 8개월이 지났다. 아마추어 때 분위기와 비교하면?

"어유~. 너무너무 달라요. 숨도 못 쉴 만큼 냉랭해요. 프로 세계에선 잠시만 방심하면 바로 판이 끝나더라고요."

―막내라고 많은 귀여움을 받지만, 지금 동훈이 나이 때 이창호 아저씨는 벌써 타이틀(89년 바둑왕전)을 땄었지. 동훈이가 박정환 형이 세계대회 우승한 나이가 되려면 아직 4년 7개월이 남았더라. 동훈이도 해낼 수 있을까?

"그럼요. 5년 안에 세계 우승과 랭킹 1위가 목표인데 모두 자신 있어요. 올해는 우승 한 번 이상, 그리고 바둑리그에도 들어갈 겁니다. 근데 이세돌 아저씨 기보를 보면 이해가 안 되는 착점도 많아서 좀 걱정이에요."

―특별히 의식하는 경쟁자가 있어? 꼭 이겨보고 싶은 상대는?

"너무 많지요. 중국 판팅위(范廷鈺·96년생)가 잘 둬요. 나하고 동갑이라는 중국 양딩신(楊鼎新)도 기보로만 봤는데 세더라고요. 나현 형한테도 이기고 싶고…. 그렇지만 역시 내 우상은 박정환 형이에요."

―그런 강자들을 꺾으려면 웬만큼 공부해선 안 될 텐데.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양천대일도장서 리그전 하고, 기보 놔 보고, 사활 풀고…. 일곱 살 때 바둑이 너무 재미있다는 유치원 친구 말 듣고 시작했는데 정말 완전 최고예요. 전 게임 같은 거 절대 안 해요."

―계산과 형세 판단에 밝은 이창호·박영훈과(科)라고들 하더라.

"맞아요. 저도 실리형에다 종반이 가장 자신 있거든요. 포석이 젤 어려워요. 선택의 가지 수가 너무 많아서…. 먼저 싸움을 거는 쪽은 아닌데 걸어오는 싸움은 양보 안 해요."

―속기(速棋)와 장고(長考) 어느 쪽이 맘에 들지?

"긴 시간 바둑이 좋아요. 1인당 2시간짜리 정도가 딱이죠. 하지만 한 수 10초짜리 속기훈련도 많이 해요."

―동훈이보다 어린 기사하고 대국하는 날도 언젠가 올 거야. 어떤 기분이 들까?

"약간 거북할 것 같아요. 신민준(99년생)·신진서(2000년생) 같은 잘 두는 애들이 곧 입단하겠죠. 난 막내생활을 좀 더 하고 싶은데…(웃음).

―막내여서 좋은 점과 나쁜 점은?

"형들이 참 잘 챙겨줘요. 그런데 나이 차가 너무 난다고 가끔 나를 따돌릴 때도 있어요. 그럴 때는 빨리 크고 싶고…."

―바둑 외에 취미는?

"운동하는 거 무지 좋아해요. 축구는 주로 공격수로 뛰죠. 농구·야구도 많이 하고…. 지난여름부터는 도장 끝나고 밤에 1시간쯤 복싱체육관 나가요. 체력이 좋아야 바둑도 잘 둘 수 있잖아요."

―좋아하는 연예인은 없어?

"연예인들은 잘 몰라요.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와 야구 윤석민 선수를 좋아해요. 내가 기아 팬이거든요."

승부사회에선 모두가 적(敵)인데도 국내 프로 거의 모두가 이동훈을 친아들, 친동생처럼 귀여워한다. '호랑이 새끼를 키운다'더니 마침 동훈이가 범띠다. 박정환 이후 5년 만에 출현한 13세 입단자에 대한 기대는 이토록 높다. '아기 호랑이'가 미래 한국 바둑의 꿈을 짊어지고 도약의 한 해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