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 대표작가들, 큰 발걸음

'글로벌 미술작가' 이불, 서도호가 'K-컬처'의 확산에 나선다. "한국적 감성으로 글로벌 마켓에서 인정받은 우리 작가들이 국내외 미술관 전시를 통해 '한류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김윤섭 한국미술경제연구소장)이라는 기대이다.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상(1999)을 수상한 설치미술가 이불(48)은 2월 4일~5월 27일 일본 도쿄 모리미술관에서 개인전 '이불(Lee Bul): From Me, Belongs to You Only'를 연다. 모리미술관이 한국 작가의 대규모 초대전을 여는 것은 처음. 도쿄 롯폰기힐스의 주상복합문화단지 모리 타워에 위치한 모리 미술관은 감각적이고 스펙터클한 현대미술 전시를 주로 개최해 일본에서 '첨단 예술의 집합소'로 손꼽힌다.

이씨는 1990년대부터 '문제적 작가'로 꼽혔다. 1997년 반짝이로 장식된 생선 수십 마리가 시간 흐름에 따라 자연적으로 부패하도록 한 설치작업 '화엄'을 뉴욕현대미술관(MoMA)에 선보였다 철거당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앙팡 테리블', '아방가르드'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녔다. 전시회에는 이불의 초기작부터 신작까지 20여 년간 작업한 설치미술과 해외 미술관들이 소장한 주요 조각 등 45점을 모은다. 일종의 '미니 회고전'인 셈.

재미 설치미술가 서도호(50)는 3월 22일~6월 3일 삼성미술관리움에서 개인전을 연다. 국내 생존작가가 리움에서 전시회를 여는 것은 처음. 2001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대표작가였던 서도호는 서울과 뉴욕을 오가며 작업해 왔다. 그의 작업 주제는 한국적 정체성. 한국과 미국의 문화적 차이와 갈등을 서울의 한옥과 뉴욕 타운하우스의 충돌로 표현하거나, 청보랏빛 비단을 바느질해 한옥 대문의 형상을 만든 작품 등으로 큰 반향을 얻었다.

이번 리움 전시는 서도호가 2006년 갤러리 선컨템포러리 개인전 이후 국내에서는 6년 만에 갖는 개인전. '떨어진 별:1/5'(2008), '집 속의 집'(2009) 등과 신작이 소개된다. 미술평론가 강수미씨는 "이번 전시는 미술전문가와 대중 모두에게 서도호의 작품 세계를 본격적으로 접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1990년대 후반 '국제무대에서 뛰는 대표적인 젊은 작가'로 꼽혔던 이 두 작가가 성숙기에 대형 미술관 전시를 연다는 사실은 후배작가들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2011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대표작가인 이용백(46)은 "1990년대 해외여행 자율화 이후 세대로, 직접 세계무대를 누비며 글로벌한 감각을 키운 선배들이 작품성을 인정받기 시작하는 신호탄인 것 같아 뿌듯하다. 선배들이 미술관 개인전 물꼬를 텄다는 점도 후배들에겐 고무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