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교사 명퇴신청 급증

정년을 채우지 않고 명예퇴직을 신청하는 서울 지역 교사가 작년보다 크게 늘었다.

서울시교육청은 3일 "올해 2월 말 시점에 맞춰 명예퇴직을 신청한 공·사립 초·중·고교 교사가 919명으로 지난해보다 25.6%(187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명예퇴직 신청자는 2월 말 기준으로 2009년 456명에 이어, 2010년 518명, 2011년 732명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교사 명예퇴직 제도는 1973년 오랫동안 근무한 교사의 사기를 높이고 교사 신규 채용을 늘리기 위해 시작됐다.

재직 기간 20년 이상에 정년까지 1년 이상이 남은 교사는 매 학기가 끝나는 8월 말과 2월 말 기준으로 명퇴를 신청할 수 있다. 통상 한 학기가 남아 있는 8월 말보다 학년이 마무리되는 2월 말 신청자가 많다.

올해 명예퇴직 신청이 늘어난 것은, 학생인권조례 제정 등으로 교권이 상대적으로 약화돼 학생지도가 어려워진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명예퇴직을 신청한 서울시내 한 고교 김모(55) 교사는 "예년에는 연금법이 개정돼 정년퇴직 이후에 받게 될 연금이 줄어들거나 명예퇴직금이 축소될 것이란 우려 때문에 명퇴를 신청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하지만 올해는 날이 갈수록 학생이나 학부모가 교사를 신뢰하지 않아 사명감도, 보람도 없어지는 마당에 각종 평가나 업무에 시달리느니 그만두는 게 낫다고 결심한 동료들이 많다"고 말했다.

한국교총이 지난해 12월 전국 초·중·고교 교사 201명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이 급증한 이유를 설문 조사한 결과, 열 명 중 여덟 명(80.6%)이 "학생인권조례 제정 등으로 교권이 추락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1월 서울·경기 지역 교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열 명 중 여섯 명(60.7%)이 동일한 답변을 했다. 교사 명예퇴직이 늘어나는 또 다른 이유로는 교원 평가로 인한 부담감과 대입 제도의 급격한 변화로 인한 학습 지도의 어려움, 개인 건강 문제 등이 꼽혔다.

한국교총 김동석 대변인은 "학생인권조례가 본격적으로 실시된 지난해부터 학생 생활 지도에 대한 어려움 때문에 명퇴를 원하는 교사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명퇴 신청 인원은 늘었지만 서울시교육청이 명예퇴직금으로 확보해둔 예산은 280억원으로 300명 정도만 수용할 수 있어 신청자 중 일부만 명퇴 신청이 받아들여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