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치코와 리타… 쿠바 뮤지션들에게 바치는 '애니메이션 헌사'

쿠바밴드 '브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의 뮤지션들은 어떤 젊은 시절을 보냈을까. 페르난도 트루에바·하비에르 마리스칼 공동감독의 애니메이션 '치코와 리타'를 보면 대충 짐작이 간다. 뜨겁고 신나지만, 때로 많이 아픈 청춘이었을 것이다. '치코와 리타'는 쿠바 재즈 뮤지션들에게 바치는 헌사이자 기록되지 않은 그들의 젊은 시절을 그린 영화다.

1940년대 말 쿠바 하바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치코는 어느 날 밤 클럽에서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하는 가수 리타를 만난다. 젊음과 재능으로 빛나는 그들은 곧 사랑에 빠지지만 열정과 질투와 오해가 뒤엉키며 이별을 맞이한다. 치코는 뉴욕에서 스타로서 성공을 눈앞에 두고 있는 리타와 재회하게 되고 또다시 사랑에 빠진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스코트 '코비'를 만들어낸 스페인의 그래픽 디자이너 마리스칼이 그림을 그리고 쿠바 음악의 전성기를 대표하는 피아니스트 베보 발데스의 음악이 있으니 눈과 귀가 즐겁지 않을 수 없다. 화면은 마리스칼의 일러스트나 로고 작품보다 색의 채도와 명도가 모두 낮아졌지만, 선이 굵고 단순해 그림체는 여전히 발랄하다. 90세가 넘은 발데스는 영화 삽입곡을 직접 연주했다.

치코와 리타라는 가상 인물을 제외하면 영화 배경과 뮤지션들은 대부분 실제와 가깝다. 치코의 친구인 퍼커셔니스트 찬노 포조가 색소포니스트 찰리 파커와 함께 연주를 하고, 치코는 디지 길레스피(트럼펫)의 밴드에서 피아노를 친다. 포조와 파커가 함께 연주를 했는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길레스피가 "나에게 가장 중요한 순간은 찬노 포조를 만난 것"이란 말을 남긴 것으로 미뤄볼 때 허무맹랑한 설정은 아니다.

극중 한 미국인이 리타에게 "목소리가 아름다워 눈을 감고 들어야 하지만, 그러면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가 없다"고 말한다. 이 대사처럼 '치코와 리타'는 시각과 청각, 어느 한 쪽도 포기할 수 없게 하는 영화다. 5일 개봉. 15세 관람가.

[이것이 포인트]

#대사
"우리는 오랜 동안 사랑을 나눴어요, 우리 영혼은 그렇게 가까워졌고, 난 당신 향기를 간직하게 됐죠"(치코가 만들어 리타가 부르는 노래의 가사)

#장면
치코가 꾸는 꿈속의 뉴욕. 하비에르 마리스칼은 어린아이가 그린 듯한 단순한 선 안에 강렬한 원색을 넣어 뉴욕의 야경을 사진보다도 간결하고도 아름답게 보여준다.

#해외평
'최면에 걸릴 듯 매혹적인 영상미와 전기에 감전된 듯 짜릿한 음악, 놀랍도록 아름다운 영화!'(할리우드리포터)

#이런 분들 보세요
어른들끼리 보는 애니를 기다리신 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