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정정공시 봇물… 투자자 피해 우려

새해 초부터 기업들의 말 바꾸기가 극성이다. 예정돼 있던 합병 일정을 갑자기 늦추는가 하면, 유상증자 일정을 돌연 연기하기도 한다. 일부 기업은 같은 안건을 두고 총 12번이나 정정공시를 냈다. 뜻하지 않게 기업 운영 계획은 바뀔 수 있다. 하지만 변경되는 내용이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면, 기업의 원래 발표만 믿고 투자에 나섰던 투자자들은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을 고스란히 감내할 수밖에 없다.

◇코스닥은 정정공시 중 절반이 악재

3일 장 마감 시간인 오후 3시를 기준으로 올해 들어 기재정정 공시를 발표한 기업은 유가증권 상장사 10곳과 코스닥 상장사 15곳. 이 중에서 유가증권 상장사는 1곳, 코스닥 상장사 7곳이 주가에 부정적일 수 있는 내용의 정정공시를 발표했다.

지난 2일 신한스팩1호는 당초 오는 2월 10일 서진오토모티브와의 합병할 예정이었으나 주주 사이의 이견으로 인해 이를 돌연 취소했다. 새로운 합병 일정은 아직 발표되지 않은 상태다. 알앤엘삼미도 유가증권 기업인 알앤엘바이오와 합병 예정일을 약 3주가량 늦췄다.

지앤디윈텍은 받아야 할 돈을 받지 못한 경우다. 지앤디윈텍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처분한 자산 매각 대금 중 잔금 64억5600만원이 아직 입금되지 않아 오는 20일까지로 잔금 지급 기한을 늦춘다고 밝혔다.

아미노로직스도 캄보디아에 있는 토지 임차권을 현지 계열회사에 169억6760만원에 매각했으나 매각 대금의 80%에 해당하는 잔금 135억7408만원을 받지 못했다. 이에 따라 아미노로직스는 잔금 지급 기한을 2년 늦춘 2013년 12월 31일로 변경했다.

이 외에도 코텍은 기존 공급계약의 규모를 하향 수정했다. 2009년 당시에는 466억8286만원으로 계약을 체결했으나 3년이 지난 시점에서 실제 발생한 매출액은 계약금액 대비 약 30% 줄어든 327억8011만원이었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M&A 취소에 하한가 추락하기도

2일 평안물산은 태영약품에 대한 인수·합병(M&A) 계획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엔엔티에서 사명을 바꾼 평안물산은 지난해 7월 태영약품의 기명식 보통주 220만주를 70억4000만원에 취득하기로 결정하고, 지난해 연말까지 인수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평안물산 관계자는 "태영약품이 지난해 9월 기업회생을 신청하는 바람에 주식양수도계약을 해지했다"고 밝혔다. 평안물산의 주가는 이틀째 하한가로 추락하며, 올 들어 27.5% 급락했다.

같은 날 스카이뉴팜은 공시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한국거래소로부터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예고됐다. 이틀째 이어오던 상한가 행진도 3일 종가 기준으로 이틀 연속 하락으로 돌아섰다. 스카이뉴팜은 지난해 12월 7일 동안 주가가 31.0% 하락하면서 주가급락에 대한 조회공시 요구를 받았으나 "주가급락 사유가 없다"고 답하고서는 이달 들어 돌연 166만3891주 규모의 유상증자 결정 공시를 발표했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들이 연말과 연초에 사업 계획을 세우면서 계약을 취소하거나 관련 사업 시기를 늦추고 이를 뒤늦게 알리는 경우가 자주 있다"며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이 시기에 집중되는 관련 공시들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정균 SK증권 연구원은 "공시번복이나 기재정정공시 등은 투자자 입장에서 대형 기관보다 정보를 빨리 알기 힘들 수 있다"라며 "단기적인 이슈보다 기업가치에 초점을 맞춰 투자해야 하며, 과거 공시 이력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