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꿈꾸며 에베레스트 오를 것"

"혹독한 자연환경에서 육체를 단련시켜 현실에 안주하려는 정신을 깨부숴야 회사가 계속 발전할 수 있습니다. 에베레스트 등정은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우리 회사의 도전정신을 보여주는 행사입니다."

오는 5월 10박 11일 일정으로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해발 8848m) 등정에 나서는 코리안리 박종원(68) 사장. 그는 직원 15명을 데리고 네팔에 가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기업 최고경영자가 직원들과 함께 에베레스트에 오르는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정상 정복을 목표로 하진 않고, 전문 산악인들이 정상 등정의 전초기지로 삼는 해발 5050m까지 오를 예정이다.

1998년 코리안리 최고경영자(CEO)에 취임해 5연임한 박 사장은 재무관료 출신이다. 재보험사인 코리안리는 외환위기 여파로 부실채권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파산위기에 몰렸었다. 사장에 취임한 뒤 박 사장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직원들의 마인드에 '야성(野性)'을 심어주는 것이었다.

"부임 당시 직원들은 매사에 부정적이고 소극적이며 실패를 두려워하며 복지부동하고 있었습니다. 말만 꺼내면 '힘들다' '안 된다'는 얘기밖에 안 했습니다. '정신 재무장'이 필요했는데, 고된 산행이 답이 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는 직원들과 함께 백두대간(白頭大幹) 종주에 나섰다. 매년 8월, 전 직원을 3개 팀으로 나눠 2박 3일 일정으로 해발 1000m 이상의 험준한 30~50㎞ 코스만 골라 산행을 했다. 산에서 내려온 뒤 직원들은 소감 발표 자리에서 저마다 자신의 성취에 감격하며 눈물을 쏟아냈다. 박 사장은 "불만투성이이던 직원들이 체력이 강해지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고, 이는 경영 실적 개선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코리안리는 최근 5년간 연평균 매출액이 11%씩 뛰었다. 매출 기준으로 세계 대형 재보험사 40개 중 11위(아시아에선 1위)를 차지했다. 급성장 비결은 1년 만에 부실채권을 모두 털어내고, 2000년부터 외국 재보험사들이 놓치고 있던 미개척 시장인 중국과 동남아시아에 진출한 데 있다. 현재 코리안리 매출의 20%는 해외영업에서 발생한다. 또 기업 임원이 경영에 손실을 끼치면 피해액을 보상해 주는 임원책임보험 등 신상품을 잇달아 내놓으며 새 수요를 창출했다. 박 사장은 "취임할 때 30위권인 회사가 10년 만에 10위권에 올라섰다"며 "2020년까지 세계 5위로 올라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원래 등산을 즐기느냐고요? 천만에요. 산에서 비 맞은 생쥐 꼴로 며칠 고생해보면 이게 무슨 생고생이냐 싶죠. 하지만 직원들이 빗물 섞인 라면을 먹고 '파이팅'을 외치면서 먼저 앞장서 줄 때 감동을 받습니다. 일할 맛이 나는 거죠."

박 사장은 "전문 산악인이 아니라서 에베레스트 산행이 다소 걱정되지만 무사히 마치고 돌아오겠다. 다음 도전은 백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