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110만원 돌파… 증시의 '대세'로

삼성전자 주가가 사상 처음으로 110만원을 돌파했다. 3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2.3% 오른 110만5000원에 마감했다. 작년 8월 폭락장에서 68만원까지 주저앉은 지 5개월 만에 63% 급등한 것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2.1% 상승한 것과는 비교가 안 되는 급등세다. 과거 삼성전자는 주가가 고점을 찍기만 하면 '일일 천하'에 그치면서 코스피지수와 함께 내리막길을 달리던 '징크스'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

◇'100만원 도달 후 미끄럼' 징크스 깼다

삼성전자 주가는 2009년 9월부터 2010년 5월 사이 80만원대를 넘어서며 전고점을 3차례 경신했지만 주가를 유지하지 못한 채 한두 달 새 10% 가까이 급락하는 패턴을 보였다. 2010년 11월 70만원대에서 작년 1월 28일 사상 처음으로 100만원대를 뚫을 때까지는 그나마 상승세가 3개월 정도 유지됐다. 그러나 '100만원 고지 탈환' 기쁨은 하루짜리였다. 주가가 다시 급락세를 타며 두 달 만에 80만원대로 주저앉았고 8월 폭락장에선 68만원까지 추락했다.

그러나 작년 10월 스티브 잡스가 타계한 뒤 다시 상승세를 탄 삼성전자는 작년 11월 4일 100만원 고지를 재탈환했다. 이때에도 하루 만에 100만원대를 반납해 또다시 추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기우였다. 11월 29일 다시 100만원대에 올라섰고 이번엔 110만원대로 올라서면서 상승세를 5개월째 지속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주가 대폭락 이후 반등장을 제외하고는 가장 긴 폭의 상승흐름이다.

주가가 코스피지수와 비슷하게 움직이는 '코스피 징크스'도 이번엔 통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 162조원으로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15%를 차지한다. 삼성전자와 코스피지수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근 5개월간 1800~1900대에서 횡보한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줄곧 상승세를 탔다.

◇눈부신 실적, 스마트폰 덕분

요즘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선 "삼성전자 외에 추천할 게 딱히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IT업종 내에서도 삼성전자를 따라올 자가 없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삼성전자를 주목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사상 최고의 실적이다.

삼성전자 수익의 최대 원천은 갤럭시 시리즈로 대표되는 스마트폰. 삼성전자는 작년 3분기 때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고, 4분기 중엔 사상 최대 실적(4조7546억원)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순익 역시 창사 이래 최고인 20조원(영업이익)이 예상된다. 잘하면 올 2분기 내로 세계 휴대폰 시장 1위인 노키아를 제치고, 휴대폰 전체 시장 1등까지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작년 8월만 해도 애플에 뒤처진 소프트웨어로 질타를 받으며 '이러다 삼성전자 끝장난다'는 얘기까지 나왔지만, 갤럭시S2의 선전으로 분위기를 완전히 반전시켰다.

스마트폰 분야의 호조세는 반도체 사업 실적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사업은 업황이 좋지 않아 부진한 상황이지만, 스마트폰 핵심부품으로 들어가는 비메모리 반도체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50%에 달하고 있다. 스마트폰시장이 커질수록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도 잘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으로 먹고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실제 영업이익의 99%가 반도체와 통신 부문에서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주가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25개 증권사들의 올해 삼성전자 목표가격 평균치는 125만원이다. 135만원까지 갈 것으로 전망한 박강호 대신증권 팀장은 "올해 예상 순익을 기준으로 주가를 계산하면 아직도 저평가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 불황,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 심화 등은 삼성전자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요소다. 최근 노키아와 LG전자 등 후발업체들이 저가 스마트폰으로 반격에 나서고 있어 급속한 판매 확대가 어려울 수도 있다. 최근 한 달간 기관은 1조원을 순매수했지만,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3092억원, 6788억원을 순매도하며 삼성전자에 대해 엇갈린 시각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