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건설·조선 등 소외株 "볕들 날 온다더니…"

"운송·조선·건설 업종 주가는 현재 밸류에이션(기업실적 대비 주가)이 바닥까지 내려온 상태입니다. 너무 싸죠." 한 대형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이렇게 말했다.

건설·해운·조선 3인방에 최근 볕이 들고 있다. 지난해 업황이 바닥이라는 인식으로 주가 성적이 시원치 않았던 이들 업종에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싹트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게걸음 장세에서 업종별 키 맞추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한다.

◇해운·건설·조선…소외주 3인방에 비치는 빛

건설주의 경우 중동지역 해외 수주 환경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현대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 대림산업 등 대형 건설주는 올 들어 3거래일 연속 상승세다. 여기에 올해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선거 전 부동산 경기 회복에 대한 학습효과를 가진 투자자들이 이들 주식을 '미리 사놓자'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조선주 역시 뱃고동을 울리고 있다. 현대중공업에는 4일 외국인의 매수 주문이 몰렸고, 3거래일 연속 강세 마감했다. 1월 이후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주가도 상승하고 있다.

한진해운, STX팬오션, 글로비스, 대한통운 등 주요 해운·운송업종 주가도 강세다. 조병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해운주 1분기 실적은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보지만, 최근에는 바닥을 지나고 점차 경기가 살아나리라는 기대감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1월 들어 해운주가 포함된 운수창고업종지수는 3.7%, 건설업종지수도 2.7% 상승했다. 이들 업종 지수는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2.18%)을 웃돌았다.

◇외국인-기관 모두 소외종목 투자 나서

12월 이후 외국인과 기관은 이 기간 건설과 유통·음식료·기계 등 주가 상승에서 소외됐던 업종과 자동차·화학 등 기존 주도주를 고루 순매수하고 있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주가 상승에서 소외되던 업종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며 "기관투자가들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일부 개별 종목 발굴을 활발하게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이들은 은행과 신재생에너지관련주 등 소외주 반전이 올해 증시를 이끌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했다"고 전했다.

반면 IT에 대한 투자자의 시각은 뚜렷하게 갈린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전기전자업종을 8597억원 순매도한 반면, 기관은 2조1174억원 순매수했다.

◇미국 지표 호조…'싼 종목 미리 사놓자'

소외주가 상승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 미국과 중국 등 세계 경기 회복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유럽 경기 둔화가 지속된 데다 중국도 경기 하강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이른바 '경기주'라고 불리는 호황에 강한 업종이 소외됐었다. 그러나 전날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지수가 53.9로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부동산 지표도 1.2% 증가하며 전문가들의 전망치를 웃돌았다. 이 때문에 미국 경기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무르익는 상황이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2012년 2분기 이후에야 경기가 돌아설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지만, 최근 경기 회복 가능성에 소외주가 주목받고 있다"며 "그동안 지나치게 쌌던 종목과 업종을 중심으로 투자자들이 매집을 해나가는 바닥 다지기 국면"이라고 말했다.

또 그동안 IT업종 상승에 뒤이어 업종별 '키 맞추기'도 진행되고 있다. 허문욱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코스피지수가 옆걸음질치는 국면에서 상승할만한 업종은 소외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