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년만에 찾은 딸과 100세 생일파티… 美 전역서 축복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클레멘티에 사는 민카 디스브로(100) 할머니와 그녀가 낳자마자 헤어진 딸 루스 리(82)가 이별 77년 만에 극적으로 재회했다. 실제 상봉은 5년 전에 이뤄졌으나 민카 할머니가 올해 100세가 되는 것을 계기로 뒤늦게 알려졌고, 이를 3일 AP통신 등이 보도하면서 미주에서 크게 관심을 끈 뉴스의 하나가 됐다.

사우스다코타주 시골에서 목장을 운영하던 부모 밑에서 자란 민카 할머니는 17세 때 친구와 소풍을 나갔다가 성폭행을 당했다. 이렇게 임신해 딸을 낳았지만 키울 수는 없다고 판단해 교회의 주선으로 갓난아이를 입양 보냈다. 헤어지면서 민카는 딸에게 베티 제인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민카는 이후 결혼하고 자녀 둘을 낳았다. 나름대로 행복했지만 첫딸을 잊을 순 없었다. 특히 베티 제인의 생일인 5월 22일이면 민카는 딸을 생각하며 괴로워했다. 결국 딸을 다시 찾아 나섰다. 입양을 주선한 교회와 입양 기관에 수없이 전화하고 편지도 보냈지만 딸을 찾지는 못했다.

민카 할머니가 94세 되던 2006년 7월 앨라배마에서 걸려온 전화가 재회의 희망을 살려주었다. 전화를 건 남자는 할머니 신상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더니 "베티 제인을 만나고 싶으냐"고 물었다. 그는 자기가 베티 제인의 아들이며 이름은 브라이언 리라고 소개했다. 브라이언은 외할머니에게 "어머니는 노르웨이인 목사 부부에게 입양돼 루스라고 이름을 바꿨으며, 어려움 없이 자라고 결혼해 자녀 6명을 뒀다"는 소식도 전했다. 루스의 아들 중 한 명은 우주 비행사로 유명한 마크 찰스 리 예비역 공군 대령이라고도 했다. 브라이언은 심장병에 걸린 어머니에게 의사가 가족 병력을 묻는 것을 보고 안타까워 외할머니를 찾아나섰다고 했다.

한 달 뒤 딸 루스가 손자 브라이언과 함께 어머니 집으로 찾아왔다. 민카 할머니는 "딸과 상봉한 순간 한 번도 헤어진 적이 없었단 느낌이 들었다. 시골에서 태어나 학교도 다니지 못한 내게 이렇게 훌륭한 손주가 수두룩하다니 믿을 수 없었다"고 재회 순간을 회고했다. 루스는 "요즘도 매일 아침 잠에서 깰 때마다 이게 꿈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민카 할머니는 올봄 딸이 사는 앨라배마주로 가서 100세 생일 파티를 가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