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비리 아무도 모르게 신고… 이 시스템 소용없는 날 와야죠"

"우리나라 공기관과 기업의 청렴도가 선진국 수준으로 가지 못하는 이유를 분석해봤죠. 부정에 저항하는 조직 문화가 형성되지 않은 게 가장 문제더군요. 구성원이나 협력 기업이 신고하면 불이익을 받고 외톨이가 되면서 피해를 보기 때문이죠."

요즘 대검·고용노동부·해경·서울시·국민연금공단·농어촌공사 등 '헬프라인(Help-Line)'을 도입한 공기관이 늘고 있다. 총 30곳이다. 시스템 개발자인 한국기업윤리경영연구원(원장 박종선)이 독립 서버를 운영, 부정·비리를 아는 임직원이나 외부인의 신고 익명성을 보장해주는 사이트다. 제보 내용만 조직 담당자에게 전달된다.

박 원장은 "기관 대부분이 내부에 신고 시스템을 갖고는 있지만 추적하면 어떤 컴퓨터를 썼는지 알 수 있고, 그래서 드러날지 모른다는 불신과 불안감이 크다"며 "신고가 활성화돼야 문제가 일찍 발견돼 악화되는 걸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연구원은 외국 사례를 연구해 한국형 시스템을 개발, 3년 전부터 공기관과 기업에 보급하기 시작했다.

그는 "기관·기업의 윤리란 법을 준수하는 수준을 넘어 소비자·주주·근로자·국가 등 모든 이해관계자에 대한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내부 비리를 부담감 없이 신고하고 받아들이는 문화가 확산돼 '헬프라인'이 소용없는 시대가 오면 좋겠다"며 "앞으로 학생과 젊은 층 대상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사회 전체의 윤리 문화를 향상시켜가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