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지 않아요~ 가뿐하게 쏙 안고 통통 튕기면 돼요

강아지나 새끼 고양이를 품 안에 안고 있는 기분이다. 고양이가 우는 것처럼 교태스럽지도, 개가 짖는 것만큼 힘차진 않지만, 통통 튀면서도 감미로운 소리까지 난다. 벼룩이 통통 뛰어오르는 것 같은 울림이 가슴을 살살 두드린다. "내 이름은 우쿨렐레(ukulele). 나의 고향인 하와이의 따스한 햇살 아래서 훌라춤이나 추자"라고 하는 것만 같다.

'미니 기타'처럼 생긴 악기 우쿨렐레는 1870년대 말 사탕수수 농사를 짓기 위해 하와이로 건너간 스페인계 이주민들이 '코아'란 나무를 사용해 만들었다. 포르투갈 전통악기 브라기냐나 브라질 전통악기 카바키뇨에서 유래했다는 설들이 있다. 우쿨렐레의 우쿠(uku)와 렐레(lele)는 각각 하와이어로 '벼룩'과 '뛰어오르다'를 뜻한다. 악기 소리가 경쾌해서 혹은 악기 치는 손놀림이 가벼워서 그렇게 부르는 것이라고 한다.

◇유치원생도 연주할 정도로 쉽고 가벼워

지난달 31일 오후 우쿨렐레를 배워보기 위해 서울 홍대 앞의 한 카페를 찾았다. 이곳에 모인 8명의 수강생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통해 알음알음 찾아온 사람들이다. 대부분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직장인들이다. 두 달간 매주 토요일마다 우쿨렐레를 배운 이들은 동요 '곰 세 마리'서부터 최성원의 '제주도 푸른 밤'까지 연주할 수 있었다.

수강생들은 "갖고 다니기 편하고 배우기 쉬워서 우쿨렐레를 선택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수강생 8명 중 6명이 여자였다. 임여진(27)씨는 "네 줄이라 여섯 줄짜리 기타보다 배우기가 쉽고, 줄도 쇠줄이 아닌 나일론줄이어서 손이 덜 아프다"고 했다. 한귀영(30)씨는 "여자들도 가뿐히 들고 다닐 수 있는 크기와 무게다. 그리고 기타보다 진도가 훨씬 빨리 나가기 때문에 오히려 신이 나서 연습을 하게 된다"고 했다. 강사인 김대환씨는 "일본에서는 유치원에서 아이들에게 우쿨렐레를 가르친다. 그만큼 쉽다는 얘기고, 야외에서도 부담없이 연주할 수 있다"고 했다.

수강생들의 악기는 14만~19만원으로 다 10만원대였다. 8명 중 5명이 악기 제조사 세고비아에서 나온 보급형 우쿨렐레 '카운티스'를 갖고 있었다. 김대환씨의 악기는 300만원대다. 그는 "시작하는 단계라면 무턱대고 비싼 것을 사는 것보다 15만원 전후의 제품을 사는 것이 좋다"고 했다. 우쿨렐레는 일반적으로 몸통의 크기에 따라 소프라노(몸통 길이 24~25㎝), 콘서트(28~29㎝), 테너(32~33㎝), 바리톤(38~40㎝)으로 구분되는데 초보자들은 콘서트로 시작한다고 한다. 악기를 튜닝을 할 수 있는 기계도 있어야 한다. 이들은 "대부분 가게에서 악기를 팔 때 하나씩 끼워준다"고 했다. 손바닥 반만하게 생긴 이 기계를 악기에 꽂은 채 튜닝을 하면 된다.

◇5분 만에 '곰 세 마리' 뚝딱 연주

우쿨렐레를 골랐으니 이제 안아볼 차례다. "우쿨렐레는 편하게 안아야 한다"는 얘기가 대세다. '알로하 우쿨렐레'의 저자인 김배훈씨는 "엄지손가락을 제외한 오른손 네 손가락으로 몸 앞쪽의 볼록 튀어나온 부분을 받치고서 가슴 앞에 갖다대면 된다"고 했다.

일단 가장 쉽다는 C코드만 배워봤다. 왼손 약지로 세 번째 프렛(fret)의 맨 마지막 줄을 누르고, 오른손 검지의 손가락 끝으로 울림통 위의 줄을 튕긴다. "팔을 흔들지 말고 손목의 스냅을 이용해야 한다"고 했다. '스냅'이 뭔지 잘 알 수는 없었지만 김대환씨가 하는 걸 따라 하니 "잘하고 있다"고 했다. 스트로킹엔 어떤 음악에도 기본이 되는 '고고'. 신나는 음악에 어울리는 '셔플', 느린 음악에 주로 쓰는 '칼립소'등이 있다. 이날 배운 고고는 '배운다'는 말이 창피할 정도로 간단했다.

김대환씨와 수강생들을 따라 동요 '곰 세 마리'를 배웠다. 어딜 가도 이 곡이 처음 배우는 곡이라고 한다. 계속 C코드만 치면서 노래를 따라 부르는 걸로 끝이다. 다 큰 어른들이 장난감 기타처럼 생긴 악기를 꼭 껴안고 "아빠곰, 엄마곰, 애기곰"을 부르는 모습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우쿨렐레로 심수봉의 '사랑밖에 난 몰라'와 루시드폴의 '오사랑'을 연주하고 싶다"고 하자 "한두 달 배우면 가능할 것"이라고 한다. "사람들마다 편차는 있지만 매일 30분씩만 연습한다면 한두 달 만에 금방 배울 수 있는 악기다. 그래서 수강생들에게 연주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인터넷에 올리는 숙제를 내준다"고도 했다. 김대환씨는 악기 연주할 때 꼭 노래를 같이 따라 부르라고 했다. "그렇게 하면 악기를 빨리 배울 뿐만 아니라 노래도 더 잘 부를 수 있어요. 우쿨렐레 배우기 전까지는 저도 심한 음치였어요."


_우쿨렐레 여기서 배워요

“우쿨렐레는 쉽다”고들 한다. 혼자서 배울 수도 있을까. 김대환씨는 “책을 보며 독학할 수는 있지만, 본인이 제대로 연주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학원을 다니기 싫다면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해 사람들을 모아 배울 수 있는 경로도 있다”고 했다. 서울 홍대 부근에만 우쿨렐레 전문 강습소가 10곳이 넘고, 실용음악 학원과 지역 자치단체, 백화점 문화센터에서도 우쿨렐레 강좌를 개설할 정도니 배울 곳을 찾는 건 어렵지 않다. 온라인 카페와 동호회 중심으로 사람이 모여 강사를 초빙해 배우기도 한다. 김씨에게 배우는 수강생은 일주일에 한 번씩, 한 달 강습료로 1인당 10만원을 낸다.

젊은이들 사이에선 디자인 소품 전문점 ‘1300k’에서 운영하는 우쿨렐레 강좌(www.1300k.com)가 인기가 많다. 우쿨렐레 밴드와 함께 하는 파티나 피크닉 등이 열릴 때도 있으니 우쿨렐레를 배우기 전 참가해보면 좋다. 서울에는 망원점과 홍대점이 있다. 서울 외 지역에서 배울 만한 곳을 찾기 어렵다면 한국 우쿨렐레교육원에 연락해 지도사나 강습소를 문의하면 된다. 부산·광주광역시·수원·고양·파주·창원·당진 등 전국 11개 도시에 지부가 있다. (031)948-4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