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빠진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등 신흥경제국) 경제… 투자금 이탈 이어져

"브릭스(BRICs)의 성장이 한계에 이르렀다." 10년 전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을 묶어 '브릭스'라는 말을 만든 골드만삭스가 지난달 낸 보고서에서 한 말이다.

2001년 당시 브릭스 4개국은 고(高)성장을 구가할 신흥 경제국으로 인기를 한몸에 받았다. 중국은 14%(2007년)의 성장률을, 인도는 9%대의 성장률을 자랑하기도 했다. 브릭스의 10년간 경제 성장률은 평균 6.6%를 기록해 전 세계 성장률인 2%대를 크게 앞질렀다.

그러던 브릭스의 힘이 빠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브릭스 증시에선 자금이 빠져나가고 브릭스에 투자하는 펀드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면치 못하고 있다.

◇브릭스 증시 약세… 자금 유출도

지난해 유럽 재정위기 한파가 몰아치면서 브릭스 증시도 쓰러졌다. 브릭스 4개국의 증시를 반영하는 MSCI브릭스지수는 작년 한 해 동안 23% 빠졌다. 개별 증시도 줄줄이 하락했다. 중국의 강력한 긴축정책으로 상하이종합주가는 한 해 동안 22% 떨어졌고 인도 증시도 23% 하락했다. 러시아 증시는 18%, 브라질 증시는 17% 떨어졌다.

브릭스 펀드에서도 자금이 유출됐다. 펀드조사기관 EPFR에 따르면 브릭스 펀드에서 한 해 동안 150억달러(약 17조원)의 자금이 유출됐다. 1996년 이후 최대 규모였다. 브릭스 자금 이탈은 국내 브릭스 펀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국내 브릭스 펀드에서 2조2881억원이 빠져나갔고, 연평균 수익률은 3년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작년 한 해 국내 브릭스 펀드의 전체 연평균 수익률은 -22.35%로,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12.08%)보다 훨씬 더 안 좋았다.

◇브릭스 국가마다 핑계는 제각각

러시아의 경우 작년까지 유가가 그다지 높은 수준이 아니었다는 점 때문에 타격을 받았다. 러시아는 국내총생산(GDP)의 14%를 원유 생산에 의존한다. 브라질은 유럽·미국·중국으로 원자재를 많이 수출하지만 세계 경제가 둔화하면서 영향을 받았다. 중국은 여전히 9%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지만 지난해 강력한 긴축정책을 펴며 투자의 발목이 잡혔다. 인도는 브릭스 가운데 물가상승률이 가장 높아,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렸다. 인도 루피화는 달러화 대비 사상 최저치까지 떨어지면서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

◇브릭스 경제 힘 빠졌지만

다만 아직 브릭스 증시를 포기하기는 이르다는 반론도 있다. 브릭스 경제가 아직 성숙단계에 진입하지 못했기 때문에 증시도 위기시 선진국보다 타격을 세게 받았을 뿐이란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선진국보다 신흥국 자금 이탈이 더 가팔랐고, 중국 증시는 한 해 65% 폭락하기도 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 해에 중국 증시는 80% 상승률을 기록했다. 러시아도 2009년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가 바로 4%대의 성장률을 회복했다.

개별국에 호재도 있다. 러시아는 올해부터 유가가 상승세를 회복해 경제와 증시에도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중국은 올해 안에 통화완화로 정책 기조를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중국은 작년 말 지급준비율을 한 차례 내렸다.

브라질은 최근 물가 상승 압력이 줄어들면서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적극적으로 통화 완화에 나서면서 브라질 증시도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인도는 올해부터 자국 증시에 외국인 개인투자자들의 직접 투자를 허용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인도 투자가 급격하게 증가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주목할 만하다고 보고 있다.

슈로더투자신탁운용의 이상철 상무는 "중국 주식의 주가수익비율(PER)은 8배, 러시아의 경우 PER가 5배밖에 되지 않아 여전히 저평가된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