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TALK] '재벌그룹 펀드'에 뭉칫돈 몰리는 이유는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힘든 요즘, 돈 냄새 잘 맡는 자산가들 사이에서 '재벌 펀드'가 화제입니다. 재벌 펀드란 삼성이나 현대차처럼 재벌 계열 대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상품을 말합니다. 지난해 수익률이 월등하게 좋아서는 아닙니다. 오히려 펀드 성과는 마이너스(-) 13.28%에 그쳐 상품명에 걸맞지 않게 체면을 구겼습니다. 작년 성과는 이렇게 부진한데, 시중 자금이 밀물처럼 몰려들고 있습니다.

재벌 펀드는 최근 1주일간 685억원의 새 돈이 유입돼 퇴직연금 펀드를 제외하고 20여개 펀드 유형 중 신규자금 유입이 가장 많았습니다.

한 대형 증권사 PB팀장은 "요즘 자산시장 전망이 워낙 불확실하다 보니 특정상품을 콕 집어 권하진 못하고 있다"면서 "재벌 펀드의 경우 오히려 거액자산가들이 먼저 올해 가장 유망한 상품이 아니냐면서 관심을 갖고 물어온다"고 말했습니다.

부자들이 새삼스럽게 재벌 밥상에 숟가락을 올려놓으려는 이유는 뭘까요? 시장 지배력이 좋은 주요 대기업들의 실적이 나날이 좋아지고 있는 것이 첫째 이유입니다. 예컨대 삼성전자는 황제주(주가가 100만원을 넘는 주식)로서의 입지를 굳히면서 고공행진 중입니다.

그런데 또 다른 이유로 올해가 MB정부의 집권 마지막 해라는 점을 투자 포인트로 삼는 부자도 많다고 합니다.

최근 그룹주펀드 투자를 시작한 자산가 김모(55)씨는 "당분간은 MB정권만큼 친(親)기업적인 정부가 나오긴 힘들 것"이라며 "재벌 2~3세들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지분을 추가 확보하고 계열사 지분을 다시 정리하는 과정에서 재벌계열 대기업 주가가 요동쳐 수익을 낼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재벌 펀드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국내 재벌들은 오너 중심이기 때문에 재벌 펀드는 오너 리스크(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예컨대 대주주 비자금 등 예기치 못했던 돌발변수가 생기면 관련 대기업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도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큽니다. 또 재벌계 대기업들은 서로 지분 관계가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어 어느 기업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계열사 주가도 동반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