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와 행정안전부의 '2010년 조손(祖孫)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손가정은 전체 가구 중 0.4％인 6만9175가구로, 2005년(5만8058가구)에 비해 19.1％ 늘어났다.
조손가정이 된 원인으로는 친부모의 이혼·재혼이 53.2%로 가장 높았고, 친부모의 가출·실종이 14.7%로 뒤를 이었다. 또한 친부모의 대다수(65%)는 양육비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조손가정은 손자녀를 키우면서 생계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높은 이혼율과 고령화 추세가 계속되면서 조손가정이 조만간 사회구조적 문제로 대두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손가정은 일반 저소득층 가정 이상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은지 연구원은 "조손가정은 경제적인 어려움과 함께 세대차이로 인한 가정 내 불화, 건강 등 복합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조손가정의 조부모 평균 연령은 72.6세, 손자녀는 13.3세다. 조손가정의 절반 이상(58.5%)이 무직일 정도로 가정 구성원들은 대부분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다. 이들은 정부나 공공기관의 지원금만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직업이 있는 경우에도 '단순 노무직'(20.2％)이 가장 많고 정규직은 4.2%에 불과하다.
조손가정의 월평균 소득은 59만7000원으로, 올해 우리나라 4인가정 기준 최저생계비인 143만9000원의 40%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조부모들은 손자녀 양육에 따른 경제적 문제(66.2%)에 가장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했다.
조부모와 손자녀들 간의 세대차이에서 오는 아이의 생활·학습지도 문제(11.5％), 아이 장래 준비 문제(10％)도 조손가정의 어려움으로 꼽혔다. 또한 조부모가 6개월 이상 만성질환에 시달리거나(40.8％), 잦은 질병으로 건강하지 못한 경우(33.1％)가 많았다. 많은 조손가정이 경제적 어려움에 세대차이, 건강문제까지 '삼중고(三重苦)'를 겪는 것이다. 숙명여대 정책산업대학원 김혜영 교수는 "조손가정의 조부모들은 고령에 생계와 양육 부담까지 짊어지고, 어려움 속에 자란 아이들은 고등교육의 기회를 잃고 일찍 사회에 내몰리는 악순환이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