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 신당4동 '동네葬'… 독거할머니 마지막 길은 따뜻했다

"할머니, 그곳에서는 편안하고 행복하세요."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순천향병원에서 치러진 김분옥 할머니 장례식에서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상주들이 눈물을 뚝뚝 흘렸다.

할머니가 30여년을 살아온 서울 중구 신당4동 주민 10여명은 이날 경기도 고양시 서울시립 승화원에서 화장(火葬)을 하고 유골이 뿌려지는 할머니의 마지막 순간을 끝까지 지켰다. 할머니의 장례식은 '신당4동 동장(洞葬)'이었다. 지난 2일 할머니가 91세로 숨진 뒤 친척은 단 한 명도 빈소를 찾지 않았다.

할머니는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젊은 시절 남편과 헤어지고 신당4동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살았다. 2010년 말 간암 선고를 받았고, 작년 12월 쓰러져 중환자실에서 보름을 보내다 세상을 떠났다.

할머니는 가족과 수십 년간 연락도 끊고 지냈다. 장례를 치르려고 주민센터 직원들이 수소문한 끝에 조카를 찾아냈지만, 외면했다.

그러자 이웃이 나섰다. 30년간 한동네에서 같이 산 할머니의 장례를 '동네장'으로 치러주기로 한 것이다. 정부에서 기초생활보장수급자에게 지원하는 장례비 50만원과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이웃 돕기 성금으로 마련한 50만원으로 비용을 충당했다.

주민들이 팔 걷고 나선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할머니는 구청에서 지원받은 쌀과 된장을 형편이 더 어려운 이웃 누구나 가져갈 수 있도록 늘 아파트 현관문을 열어놓고 지낼 만큼 인정 많은 사람이었다. 생전에 할머니는 구청 직원이나 이웃들이 "문단속 좀 하세요" 하면 "나도 도움을 받고 사는 처지인데 남한테 각박하게 하면 되겠느냐"고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