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 아파도 병원 안간 덕에… 건보 '슬픈 흑자'

2010년 1조3000억원 적자를 냈던 건강보험 재정이 지난해 6008억원 흑자 전환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에 따라 누적적립금도 1조56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나게 됐다고 보건복지부가 5일 밝혔다.

지난해 초 5000억원 적자가 날 것으로 전망됐던 건보 재정이 흑자를 낸 것은 수입은 많이 늘고 지출은 덜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건강보험 총 수입은 2010년에 비해 13.2% 늘어난 37조9774억원에 달했고, 이 중 국고지원·담배 부담금 등을 제외한 보험료 수입도 전년 대비 15% 늘어난 32조3785억원이었다.

이에 반해 지출 쪽의 증가율은 수입 쪽의 절반 수준이었다. 지난해 건보 총 지출은 전년 대비 7.2% 늘어난 37조3766억원에, 이 중 관리운영비 등을 제외한 보험급여비 지출 증가율은 전년보다 7.4% 늘어난 36조1890억원이었다.

보험료 수입이 늘어난 것은 보험료율을 5.9% 올렸고, 금융위기로 줄었던 소득이 다시 늘면서 연말정산 보험료가 1조6808억원이나 걷혔기 때문이다.

또 보험료 상한액을 높이고, 재산이 많은 사람을 직장가입자 피부양자에서 제외하는 등의 조치로 1783억원의 수입 확대 효과도 있었다.

지출 증가율이 둔화된 것은 보험수가를 1.64% 올리긴 했지만 보험 등재약 목록 정비, 치료 재료 가격·영상검사료 조정, 약제비 절감 등으로 3504억원의 지출을 줄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재정안정대책이 효과를 보이긴 했지만 건보재정이 부담한 급여비 증가율이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는 점이 주목된다. 경제상황이 어려워 국민들이 병·의원을 되도록 찾지 않은 것이다.

복지부 박민수 보험정책과장은 "상세 분석을 해봐야겠지만 급여비 증가율은 매년 10% 이상이었는데 글로벌 경제위기가 있었던 2008년(7.9%)에 이어 지난해 다시 10% 밑으로 떨어졌다"며 "국민들이 형편이 어려워 병·의원을 찾지 못한 경우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이날 올해 건강보험 재정 전망도 내놨다. 당기 수지 적자폭을 1772억원 선으로 잡았고, 이에 따라 올해 연말 적립금 규모는 1조3828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