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찍을 때 음악부터 챙기는 감독

이번 영화에는 맷 데이먼, 스칼렛 요한슨과 다코타 패닝의 여동생인 엘르 패닝 등이 출연한다. 크로 감독은 "맷 데이먼에게 캐스팅 제의를 하면서 시나리오와 직접 선곡한 노래를 담은 CD를 줬다. 그는 조깅을 하면서 그 CD를 들었고, 영화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그는 "배우들의 테마곡을 정해서 그들이 연기할 때마다 틀어준다. 이번에 함께 작업한 배우들은 음악을 좋아해서 다행이었는데, 아주 싫어하는 배우들도 있었다"고 했다. "맷 데이먼에겐 영화 주제곡을, 스칼렛 요한슨에겐 밥 딜런을, 엘르 패닝에겐 70년대 포크가수 캣 스티븐스를 자주 들려줬죠."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에서도 음악을 빼놓을 수가 없다. 서늘하게 울리는 노래가 따스한 가족영화에 스며들어 몽환적인 분위기마저 풍긴다. 아이슬란드 밴드 '시규어 로스'의 리더 욘시가 음악을 맡았다. 욘시는 TV에서 방영하는 '올모스트 페이머스'를 보고 감독에게 "영화가 맘에 든다"라는 이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크로 감독은 "이메일을 받자마자 욘시에게 함께 작업을 하자고 했는데 어떤 영화인지 물어보지도 않고 바로 승낙하더라"고 했다.

크로 감독은 대표작들의 시나리오를 다 쓸 정도로 할리우드에서는 재능 있는 시나리오 작가로 평가받고 있기도 하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대사와 땅에 발붙인 듯 현실적인 캐릭터 등 그의 장기는 이번 영화에서도 잘 살아있다. 영화의 결말이 긍정적이라는 것도 여전하다. "대책 없이 긍정적인 거 아니냐"고 묻자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어쩌겠나, 다른 식으로는 못하겠는데."

 

그와 이야기를 나눌 때 귓가에서 음악소리가 맴도는 것 같았다. 할리우드 톱스타인 맷 데이먼도, 스칼렛 요한슨도 "그와 작업하는 내내 음악을 들어야 했고, 연기를 하는 도중에도 음악을 멈추지 않았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지난달 미국 뉴욕의 한 호텔에서 만난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의 캐머런 크로(55) 감독은 "음악은 내 작업의 '이모셔널 파트너(emotional partner)'"라고 했다.

'제리 맥과이어' '올모스트 페이머스' '바닐라 스카이' 등을 연출한 그에게 가족 영화는 이번이 처음이다. 영화 내용은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는 영화 제목 그대로다. 어머니와 사별(死別)한 가족이 망한 동물원을 사들여 다시 문을 여는 과정을 다뤘고, 영국에서 일어난 실화다. 영화의 배경은 캘리포니아로 옮겨졌고,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로맨스도 약간 덧붙였다.

크로 감독은 15세 때부터 대중음악 전문지 롤링스톤에 기사를 썼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록밴드와 그루피(록밴드의 추종자)를 다룬 '올모스트 페이머스'도 연출했고, 록밴드 '펄잼'에 관한 다큐멘터리도 만들었다. 그는 "10년 전부터 60~70년대를 풍미한 솔뮤지션 마빈 게이에 관한 음악을 만들려고 했다. 그런데 아직 배우를 찾지 못해 시작도 못했다"고 했다. "음악은 모든 것의 시작이자 끝입니다. 음악이 나를 이끌어주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