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민 위한'거주자 우선 주차구역' 동대문·성동선 먼저 대는게 임자?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에 무단으로 주차하면?". "견인된다"가 일반적인 정답이지만 동대문구와 성동구에서는 다르다. 무단주차를 해도 그 시간만큼 주차료를 받을 뿐 견인을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원래 주차공간을 이용해야 하는 주민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자주 생기고 있다.

동대문구 용두동에서 일하는 회사원 이모(65)씨는 지난달 말 승용차로 출근했다가 회사 앞 '거주자 우선주차구역'에 못 보던 차량이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차 안에 연락처도 없고 운전자가 나타나길 기다리다 결국 회사에서 100m 떨어진 곳에 차를 세워 둘 수밖에 없었다. 이씨는 "동대문구 시설관리공단에 신고해 담당 직원이 나왔지만, 무단 주차된 차량이라도 함부로 견인을 할 수 없다고 해 황당했다"며 "오후에서야 운전자가 나타나 주차료만 내고 사과 한마디 없이 가버렸다"고 말했다.

현행 법령에 따라 거주자 우선주차구역에 무단으로 주차하면 해당 자치구에서는 차량을 견인해야 한다. 하지만 동대문구는 지난해 2월 관련 조례를 고쳐 견인보다는 주차료를 매기는 쪽으로 지도하고 있다. 동대문구는 "낮에 남는 주차공간을 활용하고 견인에 따른 비용을 줄이자는 취지에서 지난해부터 견인과 주차료 부과를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동구도 마찬가지다.

거주자 우선주차구역에 무단주차하는 경우, 동대문구에서는 기본 7200원(4시간까지)에 추가로 10분당 300원을 받고 있다.

문제는 무단 주차한 차량을 견인해가지 않으면 원 이용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무단주차한 차량 때문에 원래 이용해야 하는 사람이 어쩔 수 없이 다른 곳에 주차하는 일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동대문구에서만 이런 일이 4만4227건, 성동구에서 2만7956건이 발생했다.

거주자 우선주차구역은 서울시가 1996년 도입했다. 이면도로 인근 거주자, 상가 세입자 등이 구청에 월 4만원을 내고 주차할 수 있게 한 제도. 그런데 동대문구와 성동구에서는 원 이용자가 주차료를 내고도 제대로 차를 세우지 못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 셈이다. 동대문구는 이에 대해 "문제점이 있는 만큼 보완을 위해 시설관리공단과 협의할 예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