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속 우리 화가… 고갱만큼 훌륭하다고요"

박수근·이중섭보다 반 고흐·고갱이 더 친숙한 우리 초·중등 학생들이 교과서에 나오는 우리 근·현대 화가들의 실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서울대미술관에서 다음 달 3일까지 열리는 '교과서 속 우리 미술'전(展)은 현행 초·중등 미술 교과서의 '감상' 영역에 수록된 한국 근·현대 작가들을 중심으로 꾸며진 전시. 이인성 박수근 이중섭 장욱진 김종영 서세옥 배병우 사석원 이동기 등 우리 근·현대 작가 33명의 작품 50여점이 고루 나온다.

전시장 입구에는 서양화가 이인성(1912~1950), 박수근(1914~1965), 이중섭(1916~1956)의 작품이 나란히 걸렸다. 이인성의 수채화 '아리랑 고개'(1934)는 중학교 미술 교과서(지학사)에 수록된 작품.

교과서에 '농악'(1960·교학사·초등 3~4학년) '길'(1964·지학사·중학교) 등이 실린 박수근의 작품으로는 '노상'(1962)이, 교과서에 '도원'(1954·교학사·초등 5~6학년) '복숭아와 어린이'(1953·두산동아·초등 5~6학년) 등이 수록된 이중섭의 작품으로는 1950년대의 은지화 '물고기와 아이들'이 나왔다.

전시를 기획한 오진이 서울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일찍부터 천재 화가로 불리며 최고상을 휩쓸었던 이인성, 독학으로 그림을 그렸지만 높은 평가를 받는 박수근, 일본 유학을 다녀왔지만 가난으로 담뱃갑 속 은박지에 그림을 그려야했던 이중섭…. 연배는 비슷하지만 생애와 작품은 판이한 세 작가를 비교해볼 수 있도록 작품을 나란히 걸었다"고 설명했다.

1960년대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한국의 추상미술을 설명하기 위한 작품으로는 우리나라 순수 추상을 개척한 조각가 김종영(1915~1982)의 '자각상(自刻像)'(1971)과 '자화상'(1975) 등이 전시됐다. '자각상'은 초등 5~6학년 교과서(천재교육) 수록작이다.

이 밖에 장욱진(1917~1990)의 '밤과 노인'(1990·중앙교육진흥연구소·중학교) 등이 한국 미술의 전통과 재해석을 설명하기 위해, 권기수(40)의 '색색가지 숲'(2006·천재교육·중학교) 등이 예술 작품과 상품의 경계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전시됐다.

오 학예연구사는 "현행 미술 교과서는 서양미술사와 작품 위주로 구성돼 있다. 공교육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한국 근·현대 미술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기 위해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전시 기간 중 작품 설명은 초등학교 5학년~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맡는다. (02)880-9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