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 충격은 호재?… 정유·화학·건설株 올라

전 세계 물동량 3분의 1이 지나는 이란 호르무즈 해협 내 긴장이 높아지자 이란발(發) 충격이 주식시장에 또 다른 악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제 사회가 핵개발을 추진하는 이란을 제재하면 이란을 포함한 중동 지역 정세가 악화되고, 이에 따라 국제 원유 가격이 상승하며 국내 기업의 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최근 정유와 화학주가 상승했고, 중동 지역이 불안할 때마다 급락했던 건설주도 안정적인 모습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이란 사태는 지난해 국내 증시를 크게 끌어내렸던 '리비아 사태'와는 다르다고도 말한다. 정말 그럴까.

◇"정유ㆍ화학 업체 단기 호재

지난해 말부터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에 대한 제재 수위가 높아졌고, 이에 대응해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이란 사태를 둘러싼 긴장감은 점점 팽팽해지고 있다. 사태가 악화되자 국제 유가가 껑충 뛰어올랐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는 최근 배럴당 100달러 위로 상승하며 지난해 5월 이후 최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브렌트유 가격도 상승했다.

국제 정세에 암운(暗雲)이 짙어졌지만, 유가 상승에 정유주가 크게 올랐다. SK이노베이션과 S-Oil은 이달 들어 각각 9.5%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0.04% 올랐을 뿐이다. 정유 업체들은 미리 비축해놓은 재고 물량에 최근 가격 상승분을 반영할 수 있기 때문에 유가 상승은 곧 매출 증가로 이어진다.

일부 화학 업체도 이란 사태가 오히려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란이 생산하는 일부 화학 원제품의 공급 차질이 오히려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미래에셋증권의 변성진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화학 원재료의 주요 공급처인 이란과의 거래 감소 가능성을 감안하면 일부 화학 업체들이 생산하는 제품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며 호남석유와 애경유화가 단기간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주, 리비아 사태 당시와 다르다

건설주도 이란사태에 흔들리지 않았다. 해외 수주 비중이 높은 GS건설과 대림산업등은 이달 들어 오히려 주가가 소폭 상승했다.

대우증권의 송흥익 연구원은 "리비아에는 국내 건설사들이 진행하는 프로젝트들이 많기 때문에 지난해 리비아 사태 당시 건설주 주가가 크게 하락했지만, 이란에는 국내 건설사의 수주 잔고가 매우 적기 때문에 영향이 크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09년 미국이 이란에 대해 강력한 제재안을 발표한 이후 이란에서 국내 건설사의 수주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05년 이후 중동 지역에서 국내 건설사의 발주가 크게 증가했는데, 이는 대부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나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리비아 지역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다.

◇해운업 부담…"장기화 땐 타격"

이란 사태에 따른 충격은 일부 해운주에만 나타나고 있다. 해운주는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해운 업황 회복에 힘입어 반등하는 모습이었지만, 이란 사태로 유가가 급등하자 다시 암초를 만났다. STX팬오션은 이달 1.3% 하락했고, 이달 초 1만2000원 선을 회복했던 한진해운도 다시 1만1000원 선으로 주저앉았다. 우리투자증권의 송재학 리서치센터장은 "유가가 급등하며 연료 비용이 늘어나면 실적이 악화될 것"이라며 "이란과 주변 지역 내 긴장이 고조되면 해운 업황이 다시 어려워질 수 있고, 특히 탱커(석유제품 운반선) 관련 기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 당장은 큰 영향이 없어 보이지만, 이란 사태가 악화되며 실제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국내 기업에 타격이 작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신증권의 안상희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유가 상승이 정유ㆍ화학 업체에 좋을 수 있지만, 사태가 악화되며 유가가 급등하고 원유 공급도 차질을 빚으면 관련 업체에 부담 요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