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發 고용 혁명(56~60세 1000명 무기 계약직 채용)… 유통업계 시니어 바람 분다

롯데마트발(發) 실버 사원 고용 제도가 유통업계 전반에 확산되며 새로운 채용 루트로 떠올랐다. 롯데마트에 이어 신세계·홈플러스 등도 실버 사원 고용을 적극 늘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는 상품 입고·출고·정리·계산·고객응대 등 다양한 서비스에서 시니어 인력을 활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버 사원들도 본인 건강과 여건에 맞게 근무시간을 조절할 수 있어 윈윈(win-win)하는 구조다.

◇유통업계, 실버 사원 고용 확대

시니어 인력을 포함한 고용 확대는 올해 유통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롯데마트는 올 2월부터 전국 95개 점포에서 만 56~60세 시니어 사원 1000명을 무기(無期) 계약직으로 공개 채용하고, 최장 15년 동안 일자리를 제공하기로 했다. 롯데마트의 시도는 새로운 고용 창출 모델로 평가된다. 국내 유통 1위 기업인 롯데는 "그룹 전체적으로 작년보다 15% 증가한 총 1만3500명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홈플러스도 시니어 인력 채용에 적극적이다. 홈플러스는 2008년부터 만 50~65세의 실버 사원을 모집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4년 동안 총 1882명을 고용했다. 올해도 실버 사원 400명 이상을 뽑기로 했다. 실버 사원은 6개월 단위 계약직이지만, 횟수에 관계없이 계약 연장이 가능하다. 2년 이상 근무하면 무기 계약직으로 자동 전환된다.

홈플러스는 작년 말 정규직과 무기 계약직 등 2만1000여 임직원 정년을 55세에서 60세로 연장했다. 정년을 늘리면서도 신규 채용은 전년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그만큼 고용 인원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홈플러스의 올해 전체 채용 규모는 7300여명이다.

신세계는 9일 발표한 '2012년 경영 계획'에서 올해 일자리 총 8000개를 새로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6600명보다 21% 늘어난 수치다.

◇"급여 적어도 안정된 일자리 좋아"

가장이 경제생활에서 은퇴한 가구는 272만가구로 추산된다. 7가구 중 한 집꼴로 은퇴자가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생계비 마련 등 경제적 대책이 없는 상태다. 전경련 산하 중견 전문인력 종합고용지원센터가 작년 11월 1955~1963년생 1000명을 조사한 결과 56.3%가 "퇴직 후 노후 생활 준비가 안 돼 있다"고 답했다.

유통업계의 시니어 사원 채용 확대는 은퇴자의 일자리 걱정을 해결하는 효과가 있다. 업체로서도 숙련된 노동력을 확보하는 '상생(相生)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노병용 롯데마트 사장은 "일자리가 없는 은퇴자들이 사회문제가 되는 요즘 정작 유통업체에서는 중·장년층 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며 "시니어 인력을 적극적으로 채용하는 것이 은퇴자와 유통업체 모두 이익이 되는 동반 성장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유통업체의 시니어 인력 채용이 '무기 계약직' 위주로 진행되고 있는 것도 의 미가 있다. 은퇴자나 실버 세대 구직자들은 임금이나 복리 후생은 다소 뒤떨어지더라도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는 경우가 많다. 인천의 한 중소기업에서 생산관리 업무를 하다가 지난해 퇴직한 권모(59)씨는 "급여가 많고 적고를 떠나서 내가 할 일이 있어 규칙적으로 출퇴근하는 생활을 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

무기 계약직은 근로계약 기간의 만료 시점이 없다. 이 때문에 회사가 정한 정년 또는 근로자 본인의 퇴사 결정 전까지는 계속 근무할 수 있다. 고용 기간을 보장받는 것은 정규직과 다르지 않지만, 임금 수준이나 복지 혜택 등에서는 정규직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정규직의 반대 개념인 비정규직은 통계적 편의를 위한 구분이다. 국내에서는 파견 근로자, 기간제 근로자, 단시간 근로자가 비정규직법의 보호를 받는 대상이다.

롯데마트 시니어 사원은 시급 기준으로 월급을 받지만, 성과급·휴가비·경조비 등의 혜택을 똑같이 받는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금융권 무기 계약직은 한창 일할 나이인 청·장년층이 임금 체계나 승진에서 불이익을 받는 것에 불만을 가질 수 있지만, 은퇴자나 실버 세대는 일자리가 있다는 것만으로 생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기 계약직은 금융권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07년부터 각 은행은 비정규직이었던 은행 창구 직원(텔러)의 고용을 보장하기 위해 무기 계약직 제도를 도입했다. 일단 계약직으로 창구 직원을 채용한 뒤 일정 기간 후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KB국민은행은 전체 직원의 약 31%(4882명)가 무기 계약직이다. 고용 안정성을 보장받고, 노조 가입을 포함해 복리 후생 면에서도 정직원과 별 차이가 없다. 그러나 급여 산정 방식과 승진 체계가 정규직과 다르다.

☞무기(無期) 계약직

근로계약 기간을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본인이 퇴사를 원하는 시점이나 회사가 정한 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는 근로자. 고용 안정성 측면에서는 정규직과 다르지 않다. 다만 임금이나 승진 체계는 계약직 근로자 수준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