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신용도 하락때 돈 버는 사람도 있다는데…

"2월쯤 한국 신용도가 떨어지면 꼭 좀 알려주세요."

요즘 대형 증권사 PB(프라이빗 뱅커·자산관리사) 센터에는 자산가들의 이런 요청이 많이 들어온다. 한국의 국제 신용도가 떨어졌을 때, 값이 폭락하는 채권에 투자하기 위해서다. 이른바 'KP물'(코리안 페이퍼)이라고 불리는 외화표시채권으로,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발행하는 채권이다.

KP물 투자는 국내 증권사들이 판매하는 사모펀드를 통해 이뤄지는데, 채권거래 단위가 100만달러(11억원) 이상이어서, 개인투자자의 최소 투자금액을 대부분 5000만원 이상으로 제한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동양증권, 대우증권 등이 지금까지 국내투자자들에게 판매한 KP물 사모펀드는 2300억원(제로인 집계)에 달한다.

KP물은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평가받는 신용등급이 국내에서보다 낮기 때문에 발행금리가 높고, 세계 경제가 불안해질 때 신용도가 떨어지면서 가격이 급락하는 경향이 있다. 이민홍 한국투자증권 차장은 "불안요소가 걷히고 나면 가격수준이 금방 원상복귀되는 경우가 많아 단기간에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이 때문에 오는 2~3월 이탈리아 대규모 국채 만기가 돌아와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그 여파로 또다시 KP물 가격이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투자타이밍을 노리고 있다.

특히 우리은행·신한은행·하이닉스 같은 기업 채권의 경우 위기 때 해외에선 위험투자처로 인식되지만 국내에선 망할 위험이 별로 없는 우량회사로 인식되고 있어 투자자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KP물은 작년 8월 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유로존 재정위기로 찾아온 글로벌 주식 폭락장 때 히트를 했다. 당시 유럽·미국 금융기관들이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아시아 채권을 많이 내다 팔았고, 채권 가격이 급락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당시 우리은행 KP물에 투자해 일주일 만에 8%의 수익을 올린 사례가 있다.

KP물은 채권이기 때문에 중간에 팔지 않고 만기까지 보유해도 확정된 이자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가장 인기가 많은 우리은행·신한은행·하이닉스 채권의 경우 연 금리가 6~7% 수준이다.

국내 기업이 발행한 외화표시채권은 기대수익이 높은 만큼 위험요소도 있다. 먼저 투자수익에 대해 15.4%의 배당소득세를 내야 한다. 또 판매사가 정해놓은 목표수익률(보통 7~8%)에 도달하기 전에 팔 경우, 2% 정도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또 투자금액이 큰 만큼 여윳돈이 아니라면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 환율 변동에 대해서는 환헤지를 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한편, 2~3월 중 KP물 가격이 또 급락할 가능성이 예전만큼 높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재형 동양증권 차장은 "해외 금융기관들이 추가로 내놓을 매물은 많지 않고, 싼값에 사려고 대기하는 수요는 많아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해져도 가격이 작년처럼 급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