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하고 기도하고 희망찾다

"2008년 여름, 저는 드디어 '내 차례'를 맞아 암이라는 병을 선고받고 가톨릭 신자로서 앓고, 절망하고, 기도하고, 희망을 갖는 혹독한 할례식을 치렀습니다."

암투병 중인 소설가 최인호(67)씨가 새해 들어 천주교 서울대교구의 주간소식지인 '서울주보'에 신앙인으로서 자신을 성찰한 글을 매주 싣고 있다. 1월 1일자 주보 3면 '말씀의 이삭' 코너에 '지금 이 세상 어디선가 누군가 울고 있다'를 시작으로 2월 말까지 모두 9편을 연재할 예정이다.

최씨는 첫 회에서 암 발병을 알았을 때 '죄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고 적었다. 그러나 병원에서 어린이 환자를 보면서 "자기 죄 탓도 아니고 부모의 죄 탓도 아니다. 다만 저 아이에게서 하느님의 놀라운 일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다"는 요한복음 말씀을 떠올리면서 죄의식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8일자 '나와 같이 깨어 있어라'는 글에선 밥은 물론 물 한 모금 삼키기 어려워 치료를 거부할 정도로 심했던 항암치료의 고통을 호소했다. "항상 기뻐하십시오. 늘 기도하십시오. 어떤 처지에서든지 감사하십시오"라는 성 바오로의 충고를 따를 수 없었다고 했다. "고통으로 기도의 말조차 떠올릴 수 없었으며, 기쁨은커녕 감사의 마음도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예수가 겟세마니동산에서 한 "지금 내 마음이 괴로워 죽을 지경이니, 너희는 여기 남아서 나와 같이 깨어 있어라"고 한 마태복음 말씀에서 예수님의 '근심'과 '번민'을 읽고 강렬한 위로를 느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그래, 주님과 더불어 한 시간만이라도 깨어 있자. 내 고통은 주님과 함께 깨어 있는 영혼의 불침번과 같은 것이니, 다시 시작하자"고 다짐하고 항암치료를 재개했다고 한다.

'말씀의 이삭'은 자신의 신앙체험을 에세이 형식으로 적는 코너다. 1987년 '베드로'라는 세례명으로 세례를 받은 최씨는 1993~1995년, 1998~1999년에도 '말씀의 이삭'에 연재한 바 있다. 15일 발행될 주보에서 그는 '백척짜리 막대기 끝에서 한 걸음 내디뎌라'는 선불교의 화두를 이야기하며 "과거를 걱정하고 내일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주님께서 우리를 벼랑 끝으로 부르시는 것은 우리가 날개를 가진 거룩한 천사임을 깨닫게 하시려는 것입니다"라고 맺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