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TALK] '나 설계가'… 건축·디자인계도 서바이벌 바람

참가자들 앞에서 평가단이 투표로 순위를 가린다. 멘토의 조언을 받은 지원자들이 경연(競演)을 펼친다.

케이블 엠넷 '슈퍼스타 K', MBC '위대한 탄생' 같은 TV 오디션 프로그램 얘기가 아니다. 건축·디자인 콘테스트 심사장에서 요즘 심심찮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건축·디자인계에도 '오디션' '서바이벌' 바람이 불고 있다. 일반 시민의 의견을 투표로 반영하고, 지원자가 멘토와의 워크숍을 거쳐 내놓은 결과물을 심사해 수상작을 가린다.

광주광역시의 광주공원 시민회관 리모델링 프로젝트는 지난해 10월 '나가수'식 투표로 설계 당선작을 가렸다. 평가단에는 전문가 7명과 함께 추첨으로 선발한 시민 100명이 참여했다.

시민들은 결선에 오를 2점과, 최종 당선작을 뽑는 데 표를 행사했다. 광주광역시 신광조 환경생태국장은 "심사에서 시민들에게 투표권을 준 것은 전국 최초"라며 "회관 사용자인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하자는 뜻에서 이 방식을 택했다"고 했다.

'위대한 탄생'처럼 멘토링을 하기도 한다. 서울디자인지원센터는 지난해 10∼11월 신진 디자이너들이 참가하는 '서울디자인경진대회'를 열었다. 1차 심사를 통과한 참가자 19명을 5개 조로 나눴다. 각 조에는 기성 디자이너를 1명씩 멘토로 배정했다. 참가자들은 멘토의 조언을 얻어 완성한 작품으로 경연에 나섰다. 이렇게 3차례의 경연을 거쳐 1∼3위를 가렸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도 '한지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디자인 토너먼트'를 열었다. 아이디어 등을 평가하는 1차 워크숍으로 먼저 12팀을 가렸다. 이들이 전문가 멘토들의 조언을 얻어 제작한 한지 상품을 지난해 12월 열린 2011 공예트렌드페어에 전시했다. 전시 관람객과 멘토들의 평가를 합쳐 4팀의 최종 수상자를 뽑았다. "한지공예 전문가들로 구성된 멘토들의 도움을 받아 작품을 실제로 만들 수 있게 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서울시립대 건축과 김성홍 교수는 "건축 설계에 사용자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은 중요하다"며 "자칫 인기투표가 될 수 있는 투표보다는 설계 단계부터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했다.

KAIST 산업디자인과 정경원 교수는 "아이디어는 좋지만 실현하는 방법을 잘 모르는 신진 디자이너들을 경험 많은 멘토들이 도와줄 수 있다"며 "이 경우 저작권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했다.

"참가자가 멘토의 도움으로 결과를 내는 경우 어디까지가 참가자의 몫이고 어디까지가 멘토의 도움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