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 메뚜기 주차族, 인터넷서 "주차장 급구"

은평구 대조동 다세대주택에 사는 모모(여·43)씨는 인터넷 카페 게시판에 '주차장 구해요. 꼭 연락해주셔요'라는 글을 올렸다. 7가구가 사는 이곳 주차공간은 단 2대뿐. 부부가 가게를 운영하느라 오후 9시 전에는 귀가할 수 없는 탓에 모씨는 밤마다 주차할 곳을 찾아 동네를 헤매기 일쑤였다.

주변 유료주차장은 이미 꽉 차 있고, 거주자우선 주차구역은 신청해도 번번이 "자리가 없다"는 답변만 날아오곤 했다. 주차장을 찾다 지쳐 슬며시 길가에 세운 날은 꼭 불법주차 딱지가 붙어 있었고, 남의 집 앞 주차공간이 비어 있어 몰래 차지한 날은 새벽 일찍 차를 빼주러 나가느라 잠을 설쳤다.

1년가량 '주차 메뚜기'를 하던 이 부부는 "도저히 못 살겠다"며 "주차 공간은 있는데 차가 없어 공간을 놀리시는 분들이 연락해주시면 사례하겠다"고 인터넷을 통해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모씨는 "보통 한 달에 5만~10만원에 거래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마저도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숨을 쉬었다.

마포구 서교동 한 원룸에서 자취생활을 하는 김모(25)씨도 인터넷 게시판에 '주차장 구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거주자우선 주차구역에 신청했다 탈락한 김씨는 지난 4월 골목길 아무 데나 주차했다가 나중에 와보니 차가 전부 찌그러져 수리비만 70만원이 들었다.

매번 주차공간을 찾느라 스트레스도 쌓여갔다. 김씨가 사는 빌라는 20여 가구가 모여 있지만, 주차공간은 1대밖에 없다. 여기저기 수소문한 끝에 김씨는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원룸 주차장을 임대(賃貸)받아 겨우 시름을 덜었다.

자동차는 늘고 주차장은 좁다 보니 주택가를 중심으로 '주차장을 구한다'는 민원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수도권 지역이 더 심하다. 안 쓰는 주차공간을 월 5만~10만원에 사고파는 일도 흔히 볼 수 있다.

서울 지역 자동차 등록 대수는 298만대(2010년 기준). 주차면 수는 340만개로 사실 주차장 확보율은 114.2%다. 그런데 이를 주택가로 범위를 좁히면 상황은 달라진다. 자가용 승용차가 228만대이고 주택가 주차면 수는 220만대. 8만대가량은 아예 구조적으로 주차할 수 없다.

자치구별로 나누면 다시 편차(偏差)가 나타난다. 강북구나 금천구, 용산구, 중구 등 일부 지역은 주택가 주차장이 자동차 등록 대수와 비교하면 20~40% 모자란다. 그러다 보니 주민들이 항상 주차난을 호소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 주차계획과는 "자치구 안에서도 일부 동(洞)은 주차장 수가 자동차 수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곳도 많다"고 전했다.

지난 10월 인터넷 한 게시판에 '성수동에 주차 자리 남으시는 분?'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는 "거주자 우선 주차 구역도 배정받지 못하고 공영주차장 자리도 없고 미치겠다. 차 때문에 이사를 하고 싶어질 정도다"라며 "성수동에 주차 자리 남으시는 분 있으면 요금은 낼 테니 쪽지 좀 달라"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이렇게 주차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주민이 늘자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서울시는 주택 담장을 허물어 주차장을 짓도록 하는 '그린 파킹', 초등학교 운동장 지하에 주차장을 새로 만드는 등 다양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광진구는 지난해 2월부터 '자투리땅 주차장 개방사업'을 통해 방치되는 나대지와 유휴지 등 남는 땅을 공영주차장으로 조성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마포구도 지난 10월부터 '자투리땅 주차장 만들기' 사업에 나서 내년 1월부터 주차장을 개방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