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이 책에… 이런 선물 또 있을까?"

김수진 교사는 "새해에는 자서전 제작을 더욱 활성화시켜 올바른 인성을 키워주도록 더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서전 제작에 드는 비용은 학교측이 마련하고 있지만 평송청소년수련관·대전평생학습관에서도 학생들의 아름다운 뜻을 전해듣고 제작비를 일부 지원하고 있다.

학생들은 자서전 제작을 위해 작년 7월부터 6개월 동안 꾸준히 어르신을 찾아가 인터뷰를 했다. 주로 주말과 방학기간을 활용해 노인들과 대화를 나눴고 이를 바탕으로 자서전 원고를 틈틈이 작성했다. 학생들은 자서전 초고가 나온 이후에도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몇 번씩 더 찾아가 확인하는 등 각별한 공을 들여 완성시켰다.

학생들에게 예쁜 표지로 장식된 자서전을 선물받은 권옥자(72)씨는 "친손주 같은 학생들에게 못 배운 한을 전하고 어려움을 이겨낸 경험 등을 들려줬을 뿐인데 평생 잊지 못할 큰 선물로 되돌아왔다"고 반겼다.

자서전 주인공이 된 이상호(71)씨는 "내 인생을 담은 자서전을 갖게 된 게 꿈만 같지만 학생들과 함께 한 시간도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이 됐다"고 기뻐했다.

동대전고 2학년 권소연(여·18) 학생은 "노인분들이 상상외로 젊은 생각을 갖고 열심히 활동하시는 모습에 더욱 분발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며 뿌듯해했다.

"처음엔 세대차이가 나 대화가 안 통할 것 같았지만 '배움에도 때가 있다'는 할아버지의 애절한 경험담을 듣고 공부에 더 집중하게 됐어요."

1학년 강선구(17) 학생은 "성적이 학년 초보다 반에서 8등이나 올랐다"고 자랑했다.

장길환 교장은 "노력은 많이 들지만 자연스레 인성교육이 이뤄지는 생생한 교육장이 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어르신들의 소중한 삶의 자취를 생생하게 담으려고 정성을 다 쏟았죠. 친할머니 친할아버지처럼 정을 나눌 수 있게 된 것도 무척 뿌듯해요."

10대 학생들이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의 삶을 기록해 선물하는 '아름다운 대필(代筆)자'로 나서 쌀쌀한 한파를 녹이고 있다. 동대전고 봉사동아리 '나눔' 소속 학생들은 바쁜 학교생활 속에서도 틈틈이 평범한 주변 어르신들의 삶의 발자취를 생생하게 담은 자서전을 만들어주는 뜻깊은 봉사를 3년째 묵묵히 해오고 있다.

'나눔'은 교내 문학동아리 '한울'을 모태로 한 모임. 2009년 한울 소속 학생들이 '어르신 자서전 써드리기 봉사'를 시작했다. 이듬해 이를 체계적으로 하고자 '나눔' 동아리를 만들었고 현재 23명이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봉사는 문학동아리 '한울' 학생들과 김수진(29) 지도교사가 2009년 문학활동을 통해 사회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일이 무엇일까 고민한 끝에 주변 어르신들에게 자서전을 만들어 선물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내면서 처음 시작됐다.

이후 지금까지 제작한 어르신 자서전은 모두 20권. 2009년 6권, 2010년 6권에 이어 2011년에는 8권의 자서전을 제작, 최근 학교 강당에서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학생들은 이날 '내가 걸어온 길'(조용순), '난 엄마니까'(조순분), '말 못하고 살아온 대한민국 3등 인생'(김종현), '회상'(이상호), '여강의 일기'(권수자), '반짝이는 별처럼'(권옥자), '봄에 빛나는 열매'(이광춘), '마음으로 보는 세상이 더 아름답습니다'(손연익) 등 8명의 어르신을 주인공으로 한 자서전을 선물했다. 학생들은 이어 노인들과 한자리에서 저녁식사를 하며 가족처럼 푸근한 정을 나눴다.

자서전에는 어려웠던 당시 생활상, 배우지 못한 한, 자녀를 키우기 위해 겪어온 수많은 난관과 이를 극복해온 과정 등 주인공인 노인들 각자의 삶이 생생하게 담겼다. 또 손자뻘인 학생들에게 전하고픈 말과 삶의 지혜도 수록됐다. 컬러 사진까지 곁들여진 책자는 각각 100~200쪽 분량에 10권씩 만들어졌다.

"역경을 극복한 어르신들로부터 경험과 인내하는 법 등을 학생들이 생생하게 배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