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환경미화원의 1000원, 세상을 따뜻하게 합니다

11일 오전 9시가 조금 지나 강서구청 소속 환경미화원 권용선(52)씨가 서울 강서구 우장산동주민센터 문을 열고 들어왔다.

권씨는 장갑을 벗은 뒤 찬 바람에 맺힌 콧물을 손등으로 슥 훔쳤다. 작업복 주머니를 뒤져 구겨진 1000원짜리 한 장을 꺼내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모금함에 넣었다. 세상에서 가장 환한 웃음이 권씨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모금함 바로 앞에서 근무하는 주민센터 직원 오계영(44)씨는 "권 선생님은 매일 9시에서 9시 반 사이 어김없이 모금함에 돈을 넣고는 직원들이 타주는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다시 청소하러 나간다"고 말했다.

매일 1000원씩 하는 기부는 벌써 2년이 됐다. 권씨는 2010년 새해를 맞이해 담배를 끊기로 결심하고 대신 그렇게 아낀 돈을 기부하기로 했다.

지난해 12월에는 100만원을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데에 써달라며 주민센터에 맡겼다. 2005년부터 강서구 방화동에서 혼자 사는 노인들에게 명절 때 찾아가 20만원씩 돕기도 한다. 청소 일을 하며 알게 된 분들이었다. 평소 노인들의 집에 찾아가 밑반찬을 챙기는 것도 권씨 일이다. 5년 전부터는 한 달에 한 번 헌혈을 한다.

권씨는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 참 가진 게 없는 사람이다. 1975년 고향인 경북 안동에서 소여물을 베다 손가락 3개를 잃었다. 오른손에는 엄지손가락과 새끼손가락밖에 없다. 그는 어린 시절 가난했다. "속옷 속에 이가 버석버석할 정도로 어려웠다"고 했다. 스무 살에 서울로 올라와 공사장 막일로 끼니를 이었다. 29세 때 자전거를 타고 내리막길을 가다 크게 넘어진 뒤로 청력을 잃었다. 청각 장애 3급이다. 지금은 희미하게 들리는 양쪽 귀에 하나뿐인 보청기를 번갈아 끼며 대화한다. 19년 동안 환경미화원을 하며 마련한 49.5㎡(15평)짜리 다세대주택에서 산다.

"나는 집도 있고 딸도 아들도 집사람도 있다. 먹고살 만하다. 근데 집도 없는 불쌍한 사람이 많으니까 도와주면 되지, 어려운 일도 아닌데."

권씨는 세상 사람들이 보는 것보다 훨씬 부자다. 25세 아들은 전문대 졸업 후 실내장식 일을 한다. 대학을 졸업한 23세 딸은 제빵사다. 권씨는 2011년 2월 딸이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하면서 학비 부담을 덜었다. 앞으로 정년퇴직까지 남은 7년을 자기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쓰겠다고 가족에게 말했다.

권씨가 맡은 구역은 강서구 우장산동 도로 1.8㎞다. 오전 5시부터 오전 7시까지, 오전 8시부터 오후 12시까지, 오후 1시부터 오후 3시까지 하루 세 번 청소한다. 일이 끝나도 권씨는 쉬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더 벌기 위해 권씨는 두어 시간 폐지를 줍다가 집에 들어간다. 별다른 취미도 없고, 동료와 어울려 술을 마시는 일도 드물다. 일주일 내내 출근하고, 쉬는 날도 결근하는 날도 없다.

청소하면서 만나는 동네 사람들과 나누는 몇 마디가 그의 낙이다. "오늘은 꽤 추운데 고생하시네요" 하고 말해주는 아기 엄마의 웃음을 만나는 날이면 빗질도 신이 난다.

권씨는 스무 살 무렵 서울의 공사판을 전전할 때 신문에서 읽은 어느 전 재산 기부 할머니 이야기를 잊지 않고 있다고 했다. "나도 봉사하며 살아야겠다고 그때 결심했는데 겨우 이렇게밖에 돕지 못하고 있어서 좀 그러네." 신문에 낼 사진 촬영에 응하려고 카메라 앞에 선 그가 세상을 향해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