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에 설치된 높이40㎝ 발언대서 말 쏟아내는 시민들

11일 오전 11시쯤 청계광장에서는 이색적인 풍경이 연출됐다. 40㎝ 높이 나무발언대 위에 시민이 차례로 올라가 마이크를 잡고 하고 싶은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황혜란(37)씨는 "국공립 어린이집이 규정상 만 2·3세 아이의 혼합반이 절대 불가하다고 해 아이가 어린이집을 나와야 하는 상황"이라며 서울시에 문제 해결을 요구했다. 잇따른 사업실패로 노숙생활을 하다가 현재 서대문쉼터에서 살고 있다는 신일선(60)씨는 "지치지 않고 즐겁게 빚을 갚아가기 위해 낮에는 컴퓨터, 민요, 춤 등을 배우며 살고 있다"며 "상황이 어려워도 여유와 희망을 갖자"고 말했다.

이날 서울시가 마련한 자리는 시민발언대 '할 말 있어요'. 영국 하이드파크에 있는 '스피커스 코너(Speakers' Corner)'를 좇아 한 것이다. 스피커스 코너처럼 누구나 발언권을 갖고 특정 개인에 대한 비방이나 욕설, 명예훼손, 특정정당에 대한 지지나 비판 등 정치적인 목적 발언만 빼면 아무 얘기나 할 수 있다.

이날은 서울시 홈페이지를 통해 뽑힌 시민 15명이 발언대에 올랐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진행했고, 1명당 10분씩 시간을 줬다.

김동해(66)씨는 "사람들한테 평소 할 말이 많았는데 막상 앞에 나와서 해보니 많이 떨린다"고 말했다. 한모(79)씨는 발언대에 올라 전·현직 대통령들과 자신과의 관계를 언급하다 마이크가 꺼지는 등 제지를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