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보 강화' 소식에 정치 테마株 폭락

정치 테마주 열풍이 이번엔 진정될 수 있을까.

다시 상승하는 듯하던 정치 테마주가 한국거래소의 시장 경보 단계 강화 소식에 다시 한번 숨을 죽였다.

다만 일각에선 아직 주가 조작 혐의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별 종목에 대한 '실질적 구두 개입'이 나올 경우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슬그머니 고개 들다가 다시 급락

11일 안철수 테마주를 비롯해 박근혜 테마주, 문재인 테마주, 정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테마주 등 증시에 난립하던 정치 테마주는 모두 급락했다.

이날은 특히 투자 주의·경고 상태로 지정된 종목이 큰 폭으로 급락했다. 투자 경고 종목인 EG와 가비아, 비트컴퓨터는 모두 하한가로 추락했다. 투자 주의 종목으로 지정된 바른손도 가격 제한 폭까지 하락해 거래를 마쳤다. 투자 경고 종목인 인포뱅크는 9.1% 하락 마감했다.

시장 경보 단계에 해당하지 않는 다른 정치인 테마주 주가도 떨어진 것은 마찬가지. 안철수연구소, 솔고바이오, 아가방컴퍼니, 보령메디앙스, S&T모터스도 급락 마감했다.

정치 테마주는 지난 9일 금융 감독 당국이 감시를 강화한다는 소식에 잠시 급락했지만 하루 만인 10일 다시 상승세를 보였다. 이 때문에 테마주에는 금융 당국의 감시 강화도 약발이 없다는 평가가 있었다.

◇"투자 기간 짧아 제재 효과적"

이날 정치 테마주 급락은 한국거래소에서 시장 경보 단계를 강화하도록 규정 개정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 왔기 때문이다.

거래소는 매일 시장 감시시스템을 통해 이상(異常) 종목을 밝혀내 문제가 발견되면 그 리스트를 뽑아 금융감독원에 제출한다.

거래소가 추진 중인 제재 방법은 이 과정에서 달라붙는 개미투자자를 떼어내 과열현상을 가라앉히기 위한 것이다. 현재 시장 경보 단계는 '투자 주의→투자 경고→투자 위험' 3단계로 이어진다. 지금까지는 투자 위험 다음 단계에서만 매매 거래를 정지시켰는데, 앞으로는 투자 경고 종목 지정 다음 단계에서도 곧바로 매매 거래를 정지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정남성 상무는 "테마 투자자는 투자기간을 짧게 놓고 거래하는 '데이 트레이더(day trader)'가 많아 하루 정도의 거래 정지도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거래소 매매 업무 담당자도 "거래 정지는 투자자와 거래소 입장에서 매우 '센' 조치"라며 "폭탄 돌리기가 계속되는 테마주 투자에서 종목 거래가 정지되면 그 폭탄을 안고 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현재 금감원도 테마주에 대한 조사에 앞서 종목을 선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금감원 고찬태 자본시장조사1국장은 "최근 많이 움직였던 정치인 테마주를 중심으로 계좌 조사와 자금 추적 등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작전세력이 초기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종목이 테마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소위 개미라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도 많이 합류했기 때문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한 개인 투자자는 "정치 테마가 형성되며 급등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인데 이제야 금융 당국이 칼을 빼들었다"며 "이미 수많은 일반 투자자들이 몰렸는데 이런 식으로 주가를 떨어뜨리면 선의의 피해가 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