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기사야 놀~자] GDP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행복지수의 허와 실

"기존 GDP 대체" 박근혜 행복지수 제시 〈조선일보 2011년 11월 7일 A6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측이 조만간 ‘스티글리츠식 행복지수’를 내놓을 예정이다. ‘스티글리츠 행복지수’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 교수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요청으로 기존 GDP(국내총생산)를 대체할 수 있는 행복 GDP를 발표한 것을 말한다. 박 전 대표 측 관계자는 6일 “성장률, 경상수지, 가구소득 등 기존의 경제지표로는 국민의 행복도를 측정하는 데 한계가 많아 국민들의 경제적 행복을 결정하는 주요 지표들을 하나로 모은 ‘행복지수’를 곧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다시 풀어 읽는 경제기사]

소득이 다른 두 사람 A와 B가 있습니다. 고소득자 A는 언제나 일에 쫓기며 바삐 살고 있습니다. 자가용을 타고 출퇴근하고 집안일에 신경 쓸 겨를이 없어 가사도우미에게 육아와 가사활동을 의존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저소득자 B는 자동차 대신 자전거로 일을 보러 다니며 요리와 빨래를 손수 하며 지냅니다.

국내총생산(GDP)의 관점으로 보면 분명 A는 B보다 경제활동이 활발하고 그에 따른 소득과 지출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A가 B보다 행복하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요? 또 환경 보호 측면에선 A와 B의 경제활동 중 무엇이 바람직할까요?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국내총생산(GDP)이 클수록 또는 GDP의 성장속도가 빠를수록 더 좋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A가 B보다 행복하다고 이야기할 수 없고 오히려 A의 경제활동으로 더 큰 환경오염이 발생하는 것처럼 GDP 성장률이 국민의 행복 추구 관점에서 진정한 목표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GDP는 어떤 문제점을 갖고 있을까요?

GDP는 한 나라에서 일정기간 생산한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를 모두 더한 값입니다. 경제상황을 파악하기 어려웠던 1930년대 대공황 시절에 미국의 경제학자 쿠즈네츠 교수가 주도해 개발했습니다. 당시 GDP는 얼마나 빨리 대공황의 침체로부터 경제가 회복하고 있는지와 2차대전에 참전할 경제적 여력이 있는지를 알기 위해 만든 지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GDP는 경제적으로 불투명하던 상황에서 정책결정에 효과적인 지표로 인정받았고 2차대전 전후에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 같은 국제기구를 통해 전 세계에 보급되었습니다. 예일대의 노드하우스 교수는 2008년 금융위기가 1930년대 대공황과 같은 극심한 혼란으로 이어지지 않았던 것은 GDP라는 지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할 정도로 그동안 GDP는 경제상황을 측정하는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습니다.

그런데 GDP가 일정기간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를 측정하는 매우 제한된 용도로 개발된 지표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나라에서 성장률을 경제정책의 목표로 설정하고 1인당 GDP를 통해 각 나라의 발전수준을 비교하는 것이 일반화됐습니다. GDP에 대해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거죠. 실제로 GDP는 경제적 수량을 측정하는 지표에 불과하기 때문에 국민의 행복과 같은 총체적이고 질적인 부분을 나타내기에는 부족합니다. 애초부터 GDP는 가사노동·자선활동·자원봉사·지하경제 등의 경제활동이 누락되어 실제 경제상황을 정확하게 측정하지 못한다는 비판에 시달렸습니다.

최근에 부각된 GDP의 한계점으로는 삶의 질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인 경제적 불평등 수준, 건강 수준, 환경오염 정도, 천연자원의 감소는 물론 경제의 지속가능성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GDP에 대해 과도하게 의존하면 결국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현실과 정책이 서로 괴리될 수 있습니다.

◆GDP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행복지수

GDP의 대안으로 다양한 지표들이 제시되고 있는데, 부탄의 국민총행복지수(Gross National Happiness·GNH)가 비교적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1972년 부탄 국왕은 소국(小國)인 부탄에는 GDP 대신 건강·심리·문화를 기본 요소로 하는 국민총행복지수가 보다 효과적이라고 판단해 GNH를 향상시키는 것을 국정지표로 삼았습니다.

UN은 1990년부터 인간개발지수(Human Development Index·HDI)를 매년 발표하고 있습니다. HDI는 인간의 발전을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는 삶' '지식' '삶의 수준'으로 구분하고 이들의 평균적인 성취도를 측정해 지수로 만들고 있습니다. HDI를 산출할 때는 GDP가 포함되기는 하지만 경제적 성장이 핵심이 아니라서 1인당 소득이 비슷해도 그 결과가 크게 다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1인당 소득이 비슷한 뉴질랜드(2만3737달러)와 바하마(2만3029달러)의 2011년 HDI 순위는 각각 5위와 53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참고로 2011년 통계에서 한국은 비교 대상 187개 국가 중 15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2008년 사르코지 대통령의 지시로 컬럼비아 대학의 스티글리츠 교수를 의장으로 한 '경제성과 및 사회적 진보 측정위원회'를 설립해 총체적인 경제성과를 측정하기 위한 지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행복행성지수(Happy Planet Index, HPI)' '진정한 진보지수(Genuine Progress Indicator)''녹색 GDP''인생행복지수(Better Life Index)''캐나다 행복지수(Canadian Index of Well Being)' 등과 같이 다양한 지표가 발표되고 있습니다. 사실 지난해 5월에는 북한에서도 구체적 기준은 생략한 채 세계 각국의 행복지수를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행복지수의 한계

다양한 행복지수가 등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행복지수가 활용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이 있습니다. 우선 행복지수에 포함되는 삶의 질이나 만족 수준이라는 것이 매우 주관적인 값이어서 신뢰성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또 GDP와 같이 주기적으로 관련 자료를 집계하기 위해서는 자료확보를 위한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려면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죠. 무엇보다 행복을 측정하는 방법을 사회적으로 합의하기 어렵다는 점이 행복지수 대중화의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성과지표에 맞춰 노력하며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에 올바른 성과지표의 설정은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자본주의 시대의 도래를 맞아 효과적인 경제정책과 사회·복지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각국의 핵심 정책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생산에만 집중된 GDP를 보완해 삶의 질과 생태환경을 총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행복지수와 같은 지표의 필요성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쉽게 배우는 경제 tip] 조지프 스티글리츠

어느 한쪽만 정보를 알고 상대방은 이를 알지 못할 때 발생하는 정보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방안을 연구해 ‘정보경제학’이라는 현대 경제학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미국의 경제학자. 시장을 그대로 내버려 둘 경우 각 경제주체들 사이에 정보의 불균형이 일어나 자원 배분이 왜곡되고 도덕적 해이가 발생해 시장 그 자체로서는 최고의 결과를 내지 않는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정보경제학을 개척한 공로로 2001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세계은행(IBRD) 부총재를 역임했고, 2001년부터 컬럼비아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퀴즈]

UN이 인간의 발전을 삶의 질과 연관시켜 1990년부터 매년 발표하는 인간개발지수를 영어 약자로 ○○○라고 합니다.

▲응모 요령: 모닝플러스 홈페이지(morningplus.chosun.com)의 이벤트 코너에서
▲일정: 1월 18일(수) 오후 5시 마감, 1월 20일(금) 당첨자 발표
▲경품: 도서문화상품권 1만원권(25명) 각 1장

〈지난회 정답: 매트릭스〉
도서문화상품권 당첨자(강민주 강신자 권정혜 김길진 김이삭 김정일 박배림 박원찬 박인자 박재현 안경숙 안영세 양홍기 이근호 이수임 이애용 이연옥 이은숙 임경현 임유미 장정혜 최석윤 최인수 최형식 홍창의)

※ 자본시장연구원으로 필진 바뀝니다

새해부터 ‘경제기사야 놀자’는 자본시장연구원에서 집필합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국내 최고의 ‘자본시장 싱크탱크’입니다. 증권업·자산운용업과 같은 금융투자업에 대한 연구 및 채권·파생상품과 같은 금융상품에 대한 분석은 물론 자본시장 인프라에 대한 연구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1992년 한국증권업협회 내에 증권경제연구원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됐습니다. 1997년 증권연구원으로 개명했고, 2009년에는 다시 자본시장연구원으로 이름을 바꾸며 재탄생했습니다. 김형태 원장을 비롯해 해외 유수의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29명의 연구위원들이 폭넓은 식견을 바탕으로 매주 금요일자 조선경제에 경제기사를 알기 쉽게 해설해 줄 예정입니다.

자본시장연구원·조선일보 공동기획

기사 문의는 (02)3771-0696 자본시장연구원 기획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