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도 주가 '전약후강(前弱後强)' 법칙?

새해 벽두부터 주식시장의 화제는 단연 '정치'다. 연초부터 온갖 정치 테마주가 기승을 부리자 금융당국이 특단의 조치를 내놓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특히 올해는 5년 단위로 돌아오는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다. 작게는 개별 종목부터 크게는 주식 시장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놓고 다양한 예측이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선과 주식시장의 움직임을 놓고 '전약후강' 법칙이 다시 되살아날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선 앞두고 '흐림'…선거 끝나면 '맑음'

대통령 선거를 전후해 대체로 주가는 전약후강(前弱後强)의 모습을 보였다. 차기 대통령 선거가 있는 대통령 집권 5년차에 증시가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이다가 새 정권 초기에 각종 경제 발전 정책이 쏟아지면서 상승세를 타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

직선제 개헌 이후 지난 1987년부터 치러진 5번의 대선을 분석한 결과 3번(1992년ㆍ1997년ㆍ2002년)의 선거를 전후해 이 같은 흐름이 나타났다. 1988년은 대선이 있었던 1987년(98.29% 상승)보다 상대적으로 덜 올랐을 뿐, 연간 기준으로 코스피지수가 72.76% 오르며 "정권 초기 주식시장은 오른다"는 속설을 입증했다.

다만 2008년은 예외다. 2007년 주가 2000을 돌파하며 강세였던 국내 증시는 2008년에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촉발된 세계 금융위기를 맞아 대폭락했다. 코스피지수는 2007년 32.35% 올랐지만, 2008년에는 40.55%나 내리며 주저앉았다. 2007년에는 예외적인 버블, 2008년엔 예외적인 폭락이 있었던 셈이다.

◇정책 약발 떨어지고 기업은 투자 줄이고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대선을 앞둔 증시가 정권 초기보다 부진한 것을 놓고 정권 말기 정부의 리더십이 약해지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정부가 여러 가지 경제 정책을 내놓지만, 추진력이 떨어져 주식 시장의 상승 동력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것.

특히 경제 성장의 열쇠를 쥔 기업이 정책 방향이 불확실한 정권 말기에는 투자를 유보하다가 정책 방향이 분명해지는 정권 초기에 투자를 결정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한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실시한 올해 국내 기업 투자규모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 기업의 26.8%가 투자규모 확대를, 15.6%는 전년 대비 투자규모를 축소하겠다고 답했다. 작년 초 투자를 늘리겠다고 답한 기업과 줄이겠다고 답한 기업의 비율이 각각 42.8%, 14.0%였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기업의 투자 증가율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곽병열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과거 사례를 보면 선거가 다가올수록 기업들이 보유한 돈을 풀지 않아 설비투자가 감소하곤 했다"며 "반면 정치적인 리스크(위험)가 사라진 대통령 집권 1년차 하반기에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는 성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2012년 대선, 증시에는 악재?

전문가들은 올해 말 대선을 앞두고 현 정권이 쏟아내는 정책이 주식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복지가 정치권의 화두가 되면서 기업에 우호적이지 못한 정책이 나오고 있다"며 "초과이익 공유제와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 도입, 은행권 배당 자제 권고, 산업용 전기료 인상 추진 등이 그 예"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기업들의 실적이 나빠지고 주가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스몰캡(중·소형주)의 선전이 기대된다. 대통령 임기 후반기에 중소기업에 우호적인 정책이 나오고 대기업의 납품단가 인하 압력이 완화되면서 중소기업의 실적이 좋아지고,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대선 등 정치적인 요인보다는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경제 변수에 주목하라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는 유럽위기 등으로 과거와 다른 전 세계 경제의 '비상상황'인 만큼 차라리 과거의 예가 참고가 안 된다는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