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암흑기… "모두가 공포에 휩싸였을 땐 투자 고려하라"

새해가 밝았지만 세계 경제는 아직 어둡다. 2~3월 대규모 이탈리아 국채 만기 압박, 유로존 붕괴 가능성,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 각국에서 치러지는 선거 변수 등 불확실성이 여전히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요즘 같은 재테크 암흑기에 투자의 귀재라 불리는 세계 경제의 구루(guru·대가)들은 어떤 전략을 세우고 있을까. 4대(大) 글로벌 구루들의 투자 구상을 소개한다.

①짐 로저스, 투자로 선회

상품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짐 로저스는 올해 경제를 약간 낙관하는 편이다. 미국과 프랑스 등 각국에서 치러지는 선거 때문이다. 그는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엄청난 시장 왜곡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며 "수많은 정부가 돈을 구하려고 할 것이며 또 많은 돈을 찍어낼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며 결국 2013~2014년에는 '끔찍한 후유증'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올해 유망한 투자 대상으로는 유로화와 스위스 프랑을 꼽았다. 그는 미국 달러나 일본의 엔은 안전자산으로서 가치가 흔들릴 수 있지만, 스위스 프랑은 계속 안전자산의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봤다. 그는 "중앙은행보다는 시장이 더 많은 돈을 보유하고 있다"며 "스위스 중앙은행의 개입 시도는 결국 실패할 것"이라고 점쳤다.

②빌 그로스, AAA채권 1~2% 수익 만족

세계 최대 채권펀드 핌코의 설립자 빌 그로스는 지난해 '채권왕'으로서의 체면을 구겼다. 작년 초 채권 금리가 더이상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거액의 채권을 내다 팔았다가 하반기 증시 폭락으로 채권 수요가 더 늘어나면서 막대한 손실을 본 것. 이후 그로스는 '신중 모드'로 돌아섰다. 그는 "금리가 더이상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시장의 전통적인 시각은 아마도 맞을 것"이라면서 "채권 투자자에게 남아있는 기회는 별로 없다"고 했다. 그는 "그냥 AAA등급의 채권과 1~2% 수익에 만족하라. 레버리지(차입) 일으킨 폐쇄형 펀드는 7% 정도까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③워런 버핏, 태양광과 IT에 배팅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인 워런 버핏의 투자 철학은 '공포에 사고, 탐욕에 팔라'는 것이다. 버핏은 작년 8월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전 세계 증시가 폭락할 당시 "지금은 주식을 사야 할 때"라며 "우리는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버핏은 올 들어 공개적으로 자신의 시장 전망에 대해 얘기한 적은 없지만, 그의 투자 철학은 변함이 없는 듯하다.

그는 최근 태양광 투자에 발을 들였다. 작년 말 10억달러 규모의 '토파즈 솔라팜'을 인수한 데 이어 NRG에너지의 18억달러 규모 솔라프로젝트 지분 49%를 인수하기로 했다. 미래 성장 가능성에 베팅한 것이다. 그는 작년 말 평소 "잘 몰라 투자하지 않겠다"던 IT업종인 IBM의 지분을 대거 매수해 투자 태도의 변화를 보이는 듯했지만, 그는 "IBM의 미래를 본 것이지 달라진 건 없다"고 했다.

④칼 케이스, 주택 실수요자 지금이 타이밍

칼 케이스 미국 웨즐리대 교수는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와 함께 케이스·실러지수를 개발한 유명 경제학자다. 케이스 교수는 미국 주택시장에 대한 낙관론을 펼치고 있다. 그는 "20개 도시의 주택가격지수가 2011년 3월 바닥을 친 이후 완만히 회복되고 있다"면서 "가구 수가 늘고 주택 공실률이 감소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집을 살 최적의 타이밍"이라고 말했다. 케이스 교수는 "2008년 결코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집값이 떨어지자 대출 끼고 집을 샀던 사람들은 뒤통수를 맞았다"며 "지금 그들은 이번에는 결코 집값이 다시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공포는 아무런 수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고 분석했다.